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④ 한라동백 테니스클럽 김도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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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테니스 라켓을 잡고 있는 김도연씨. 그는 테니스로 건강과 친목을 다진다고 자랑한다. [조영회 기자]

짧은 설 연휴가 끝난 16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한라동백아파트 단지에 ‘텅! 텅!’ 공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파트 내 테니스코트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한라동백테니스클럽 소속인 김도연(50·여)씨가 명절 동안 근질근질했던 몸을 풀러 나온 것이다. 이날 그는 같은 클럽 소속인 반성호(43)씨 등 3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며칠 쉬었지만 포핸드발리, 포핸드스트로크를 쉽게 구사했다. 백핸드발리·스트로크도 자유자재였다. 아마추어라 하기엔 남다른 실력이다.

잠시 쉬는 시간 그가 테니스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여 년 전 경기도 분당에 살면서 테니스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체력이 좋지 않았다. 한 지인이 테니스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남자의 운동이다 싶어 겁이 났다. 망설임 끝에 용기를 냈다. 어렵기도 했지만 조금씩 재미가 붙었다.

그가 한라동백아파트 코트에서 서브를 넣는 모습. [조영회 기자]

하지만 몇 개월 만에 실력이 쑥쑥 늘고, 짧은 시간에 자신의 실력을 넘어서는 남자들을 보면 맥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포기할까 생각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쉽지 않은 시간. 이렇게 버텨낸 것이 벌써 아들(22)이 장성하는 세월로 흘렀다. 28살에 결혼했으니 결혼 이후 거의 테니스 라켓을 놓지 않은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그를 바꿔 놓았다.

“남편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빨리 밥상 차려주고 운동하러 나가야지’ 하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웃음을 던지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테니스를 시작한 이후 부지런해지고 사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체력이 좋아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남자끼리 하면 거칠고 우악스럽지만, 여자끼리 하면 ‘똑딱똑딱’ 아기자기 하다’며 또 다른 자랑에 침이 마른다.

점심내기로 게임의 재미를 더하면서 회원들과 친목을 다지기도 한단다.

테니스를 시작하고 나서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 ‘주객이 전도’가 됐다. 원래 미술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요즘 짬을 내 방문미술지도 활동을 한다. 테니스를 하면서 남는 시간 그림을 가르친다.

아내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남편도 따라 라켓을 잡았다.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니 금실도 좋아지고 가정도 화목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도 테니스를 권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의 제안을 외면했다. “보드나 스키 등 다른 운동은 하는데 테니스는 안 하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테니스가 건강만 지키는 것은 아니다. 끈끈한 정도 만들어 준다. 같은 회에 소속돼 있는 회원들은 모두 형제, 가족 같다.

20여 년 전 분당에서 함께 운동을 했던 동료 ‘아줌마’들을 지금도 만날 정도다.

김씨의 자랑에 함께 운동을 하던 반씨가 지원사격을 했다.

“테니스 때문에 이사를 못 가고 있어요” 그는 부천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테니스 동호회 때문에 이사를 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나이 들면서 몸으로 하는 운동은 부상의 위험이 있는데 테니스만큼은 예외예요”

“골프도 좋은 운동이지만 가정을 등한시 할 수 있고,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사를 많이 다녔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 재테크를 위한 ‘이주’였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테니스 클럽. 이 아파트 단지에 테니스클럽이 있다는 이유로 이 곳을 택한 것이다. 이런 열정이 김씨를 코트로 내몬다. 주말에는 빠지는 법이 없고, 주중에도 2~3번은 라켓을 잡는다.

김씨는 현재 한라동백테니스클럽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차기 회장자리다. 남자클럽이었던 이곳에 여자 회장·부회장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실력과 열정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씨는 “테니스를 배우려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복식경기에서 함께 하는 파트너에게 미안할 때가 많고, 늘지 않는 실력에 혼자 ‘열 받기도’한단다.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중도 하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즐기면서 운동을 했기 때문’이란다. 실력과 성격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노하우를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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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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