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으로 주가상승 금융장세 문턱 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지난 주 투자자들은 오랜 만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주식시장은 하루도 쉬지 않고 올랐다.

종합주가지수가 15.2%, 코스닥지수는 18.9%나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30~40% 뛴 대박주가 속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초 증시가 유동성 장세로 들어선 모습이 뚜렷하다" 고 진단한다.

그것은 금융장세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실적이나 재료를 따지기 전에 돈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을 말한다. 일종의 '묻지마 투자' 다. 1~2개월 정도밖에 이어지지 못하는 만큼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유동성 장세는 대세하락 국면에서도 1년에 한두번은 찾아온다. 주로 시중자금이 풍족하게 돌아갈 때다.

올 연초 장세는 ▶주식값이 지난 1년 내내 떨어지며 반토막 이상 났고▶공적자금 추가 투입으로 시중 유동성은 어느 때보다 풍족해졌으며▶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필요조건들을 갖춘 셈이다.

유동성 장세를 이끈 세력은 뜻밖에도 외국인이다. 지난해 11조원을 투자해 반토막 냈던 것을 만회해 보겠다는 듯 외국인들은 연초 4일간 무려 1조7백억원의 폭발적 매수세를 보였다.

이번 주에도 주식시장은 상승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급락 반전과 국제 반도체값의 계속되는 하락 등 나쁜 뉴스의 영향으로 주초 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싼 값에 주식을 살 기회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

역시 외국인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 외국인들이 주춤하면 주초 조정의 폭이 깊어질 수 있다.

유동성 장세에선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절대 주가가 싼 종목들이 각광받는다. 지난 주 증권.은행주와 건설주 등이 맹위를 떨친 게 그런 맥락이다.

이들 종목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조만간 경계매물이 쏟아지겠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장세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재차 상승을 시도할 전망이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