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돗물 정책 헷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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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의 수돗물 정책이 헷갈린다.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고 홍보하는 한편으로 각급 학교에 정수기 설치 예산을 지원해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5일 수돗물이 선진국 도시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5백㎖ 페트병에 담아 3월부터 산하기관과 중앙 부처 등에 무료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나 각종 시민대상 행사 때 이 물을 사용해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강북정수장에 2억여원을 들여 생산 라인을 만들고 앞으로 9백㎖.1천8백㎖짜리도 생산키로 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시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초.중.고교의 정수기 설치 예산으로 14억원을 배정했다.

서울시는 2003년까지 1천1백94개 전 학교에 정수기를 설치하겠다는 교육청의 요구에 "교육기관이 서울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 며 반대하다가 요구액의 절반을 지원했다.

이같은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서울시의 상반된 두 정책에 대해 시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을 들여 정수장 물을 페트병에 담아 공급하겠다는 방침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주부 문병예(43.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가정에서 마시는 수돗물은 낡은 수도관 때문에 수질이 불량한 경우가 많다" 며 "정수장 물로 시내 전체 수돗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말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도 "행사장 등에만 수질이 좋은 물을 내놓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반감을 갖지 않겠느냐" 며 "노후 수도관 교체 등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상수도 분야는 10개 항목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시민들은 '수질' 을 불만스러워했으며 그중에서도 '수돗물의 식수사용 적합성' 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더구나 이 항목의 만족도(42.2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9.4점이 낮아져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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