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쇠고기 안 먹어도 광우병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광우병이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수백만마리의 소를 도살한 것도 모자라 절반에 가까운 유럽인이 식단에서 쇠고기를 일부러 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사람의 광우병이랄 수 있는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에 걸린 사람은 모두 합쳐야 1백여명에 불과하다.

또 이들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감염됐다는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이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어느날 갑자기 그동안 쇠고기를 먹어온 수백만명의 뇌에 한꺼번에 구멍이 뚫리며 숨지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이다.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리온은 생물이라기보다 물질에 가까운 단백질 입자다.

1백도 이상 가열하는 일반적 살균법으론 죽지 않는다.

잠복기도 길어 감염된 지 수십년 후라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광우병은 생태계를 교란한 인간의 자만심이 빚어낸 질병이다.

영국 등 유럽에서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고기와 같은 육식사료를 먹인 것이 화근이란 뜻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CJD와 소의 광우병은 모두 스크래피라 불리는 양의 병에서 비롯된다.

양이 앓아야 할 병이 소와 사람에게 옮겨 온 것이다.

다행히 우리와 미국은 소에 육식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광우병 파동을 강건너 불로 바라봐선 안된다.

광우병은 프리온의 특성상 비단 쇠고기를 먹어서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를 도살해 얻은 아교나 젤라틴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함유된 치과재료.신경외과용 수술재료.문구재료도 행여 유럽산 광우병 소에서 추출된 것인지 보건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소의 태반에서 추출한 수입산 노화방지용 화장품도 위험할 수 있다. 헌혈지침도 바꿀 필요가 있다. 광우병은 오염된 쇠고기를 먹은 사람의 혈액을 통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1996년 이전 영국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한 사람은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광우병에 대비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