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점 성패 업종보다 본사의 지원 시스템이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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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두 번이나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미경씨(오른쪽)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새로 오픈한 ‘박가부대찌개’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박가부대찌개’(www.parkga.co.kr)를 운영하는 이미경(45)씨는 198㎡(60평) 점포에서 월 평균 1000만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다고 한다. 이씨의 사업이 처음부터 이렇게 잘됐던 것은 아니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세 번째 도전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춰 운영하기 편한 브랜드를 찾았다”며 “제대로 된 가맹본부 선택이 성공의 비결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보자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선호한다. 장사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가맹본사가 알아서 관리해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제 역할을 하는 가맹본사를 찾았을 때만 그렇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거나 직영점 하나 없이 가맹점을 모집한 후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성공하려면 우선 좋은 가맹본부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신생 브랜드라면 직영점 운영 기간 등을 평가의 잣대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글=안혜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1  본사의 ‘속’을 들여다보라

프랜차이즈 사업은 점포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영 노하우를 가맹점에 제공하는 ‘시스템 사업’이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시스템은 곧 매뉴얼이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인 맥도날드는 햄버거 빵과 패티의 두께는 물론 매장 카운터의 높이에서부터 매장 청소 시간, 사용해야 하는 청소 도구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매뉴얼로 만들어 활용한다. 우량 프랜차이즈 본사를 고르기 위해서는 이러한 매뉴얼들이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또 실제 이 매뉴얼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도시락전문점 ‘한솥도시락’(www.hsd.co. kr)이 매장 내 주방 배치를 종업원의 동선에 맞춰 효율적으로 구성한 후 이를 표준화했다. 퓨전요리주점 ‘오뎅사께’(www.odengok.co. kr)는 요리사가 필요 없는 쿡 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본사에서 모든 요리를 개별 포장해 공급해주기 때문에 가맹점에서는 포장을 뜯어 다시 볶거나 끓이는 정도의 간단한 조리과정만 거쳐 손님에게 내면 된다. 전문 주방장이 필요 없고 주방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다. 또 주방 대신 테이블 수를 늘려 공간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물류 시스템도 꼭 챙겨봐야 할 요소다.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향후 가맹점이 늘었을 때 원활하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면 더욱 믿을 수 있다.

2  가맹점과의 ‘관계’를 살펴보라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관계를 살펴보려면 가맹본부의 수퍼바이저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가맹점의 매출 손익 관리와 매장시설 관리 등을 주로 한다. 또 상담·지도·교육 등을 통해 점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세무·회계 등 운영상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량 가맹본부는 가맹점 수에 비례해 수퍼바이저를 적절하게 확보하고 있다. 수퍼바이저 한 명이 관리하는 가맹점이 20개를 넘지 않는 정도가 적당하다.

기존 가맹점들을 직접 방문해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본사의 체계적인 가맹점 지원과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가맹점주들의 만족도가 높다. 가맹 계약을 체결하기 전 최소 10곳 이상의 가맹점을 방문해 점포 수익이나 가맹점 지원 체계 등 가맹점주의 평가를 직접 들어보아야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분쟁 건수, 가맹점의 폐점률을 살펴보는 것도 프랜차이즈를 고르는 데 유익한 자료가 된다.

3  신생 프랜차이즈 선택할 땐 …

프랜차이즈 사업은 성공한 직영점의 ‘복제 사업’이다. 그만큼 직영점의 성공적인 운영 여부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고를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신생 프랜차이즈라면 직영점을 얼마나, 어떻게 운영하고 있느냐가 신뢰도와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직영점을 운영해 봐야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공 노하우를 터득하고 점포 운영 과정을 표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에선 가맹본부가 가맹점 모집 전 평균 7.6년간 직영점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일본식 퓨전주점 ‘천상’(www.10040.co.kr)은 10년간의 직영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시작했다. ‘천상’의 박순임(50) 사장은 1999년 서울 이태원에 처음 점포를 연 이후 10년에 걸쳐 메뉴의 맛과 인테리어 등 점포 컨셉트를 완성했다. 인도커리전문점 ‘델리’(www.delhicns.co.kr)도 오랜 직영점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델리’ 최청자(67) 대표는 26년간 커리만 연구한 커리 전문가다. 84년 서울 압구정동에 직영 1호점을 연 이후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12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4  정보공개서 꼼꼼히 봐야

2008년 8월부터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 제공이 의무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franchise.ftc.go.kr)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우선 살펴볼 것이 가맹본부의 재무상황이다.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부채비율 등을 따져 재무 건전성이 높은 가맹본부를 골라야 한다. 자신이 개점하려는 지역의 평균 매출액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3년간 가맹점 수 변동 현황은 필수 체크 항목이다. 가맹점 수가 많을수록 우수한 브랜드겠지만 가맹점의 증감 추이가 더 중요하다. 계약 종료나 해지가 많을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맹본부가 영업지역을 독점적으로 보장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영업지역 보장은 수익성과 직결될 뿐 아니라 영업권 분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좋은 프랜차이즈를 고르기 위한 필수 체크리스트

1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살펴라. 2 업종도 중요하지만 가맹본부 능력이 더 우선이다. 3 가맹본부가 물류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라.

4 가맹점 지원·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 체크하라. 5 기존 가맹점주의 평가를 직접 들어보라. 6 직영점 운영 여부를 확인하라. 7 영업지역을 보장하는지 확인하라.

8 가맹점 모집 계약 사원에 의존하는 가맹본부를 조심하라. 9 짝퉁 브랜드를 조심하라. 10 가맹비·로열티 없다는 말에 현혹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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