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더 34인 인터뷰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처음 시도하는 34인 정치 리더와의 인뎁스 인터뷰(심층면접)는 1월 27일~2월 7일 이뤄졌다. 당초 50인의 후보를 추렸으나 설문 항목을 본 뒤 “민감하다”며 고사한 인사가 적지 않았다. 설문 항목의 대부분이 본인이 아니면 대답할 수 없어 주로 대면 인터뷰 형식을 취하느라 기간이 오래 걸렸다.

한 예로 정운찬 총리와의 인터뷰는 심야에 총리공관에서 이뤄졌다. 그는 질문서를 읽고 나서 “질문이 흥미로운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신문을 읽었고, 조병옥·신익희 선생 등에 대한 정치 기사도 열심히 읽고 많이 배웠다. 신문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두 사람을 1, 2순위로 꼽으라’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①박근혜’라고 답했다. 이후 한동안 “어렵다”고 망설이더니 끝내 ‘②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가 칩거 중인 강원도 춘천의 농가에서 이뤄졌다. 손 전 대표는 인터뷰의 긴 시간을 2007년 한나라당에서 탈당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데 쏟았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1927년생으로 식민지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1월 하순 그와의 40여 분간 ‘인터뷰’에서 ‘오늘의 위치에 오르는 데 어떤 자질이 중요했느냐’고 첫 질문을 던지자 “일본에서 성장하며 조국은 왜 식민지가 되었나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해방된 뒤 와세다대를 중퇴하고 우리나라가 자립할 기회를 찾아 한국에 왔다”고 쓴 뒤 “결국 조국애”라고 답했다. 그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2인’을 묻자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침묵하다가 “내 마누라지”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내가 얼마나 마누라를 고생시켰는지….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고 말했다. 끝내 그는 굵은 눈물을 쏟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찬종·박철언·이부영 전 의원은 장문의 답변을 했다. 질문 하나에 A4용지 1장 분량의 답변을 쓰기도 했다. 박철언 전 의원은 민심에 대해 “군주(국가)는 배요, 민심(국민)은 물이기 때문에 배를 띄울 수도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태종의 신하인 위징이 했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e-메일로 답신하는 ‘성의’를 보였다.

진솔한 답변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총장 출신으로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는 이수성 전 총리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란 질문에 ‘교수’와 ‘ 선술집 주인’이라고 적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있게 한 자질’에 주저없이 ‘보스에 대한 충성심과 한 우물만 판다는 초지일관의 의지’라고 썼다.

각 당을 책임진 전·현직 당 대표들은 한때 인터뷰에 부담을 느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한 차례 고사 끝에 설문에 응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특보들의 손에 맡겼다가 결국 자신이 직접 답변하느라 일주일여 시간을 끌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 외부 연구·자문위원=박찬욱(차기 한국정치학회장)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정용덕(전 한국행정학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용욱(차기 한국경영학회장)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봉(문화사학회회장) 경기대 사학과 교수, 곽준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안민호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 중앙일보=이상일 정치데스크, 김택환 멀티미디어랩 소장,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박승희· 강민석 차장, 고정애 기자, 홍유진 인턴기자

◆ 중앙SUNDAY=전영기 편집국장, 이정민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