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간선거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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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11월 중간선거 불출마를 잇따라 선언, 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 선거판은 현역 의원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게 통설로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역 여당 중진들이 한꺼번에 물러날 경우 야당인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당 현 정권이 의회 주도권을 내줄 공산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들의 은퇴 선언은 중간선거를 9개월 앞둔 요즘 부쩍 늘었다. 에반 바이(54·인디애나) 상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불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으론 다섯 번째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미 13명이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특히 재선인 바이 의원의 경우 3선 승리가 유력하게 거론되던 터여서 그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기자회견은 오바마와 민주당 지도부에 충격을 줬다. 그는 지난주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의 상대 후보에게 20%포인트 차로 앞선 데다 최근까지 1300만 달러(약 150억원)의 선거운동 자금을 모았다.

바이 의원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치우쳐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직에 봉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의회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상원이 최근 고용 창출 법안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위원회 구성안을 부결시킨 것을 예로 들며 “이런 사례가 미국의 망가진 정치시스템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 의원은 이례적인 사례이지만 이들이 앞다퉈 불출마를 밝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높은 실업률과 천문학적 재정적자가 민주당 발목을 잡아 민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ABC방송과 워싱턴 포스트가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당장 중간선거가 실시될 경우 48%가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쪽을 밀겠다는 유권자는 45%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지지도에서 뒤지는 중진 의원들이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혀 민주당 승리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신예 후보로 전열을 가다듬어 선거 준비에 나설 경우 해볼 만한 선거전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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