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0 샛별] 7년 만의 독주회 연 피아니스트 이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11일 서울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에서 쇼팽의 작품을 연주한 이진상씨. [이진상씨 제공]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한국에 소식을 알린 후 내한 독주회를 연다-. 10~20대 피아니스트의 경력 관리 지침서가 나온다면 첫 장에 실릴 만한 방법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스위스 취리히의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게자 안다 콩쿠르는 모차르트 전문가였던 피아니스트 게자 안다(1921~76)를 기려 1979년 이후 3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대회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고 청중상·모차르트상까지 받은 피아니스트는 독일 쾰른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진상(29)씨. 우승 소식은 그의 출신 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통해 짤막한 뉴스로 한국에 알려졌을 뿐이다. 이씨는 e-메일 인터뷰에서 “대중의 환호와 갈채를 받는 스타보다 고독하고 진지한 수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건반을 휘몰아치며 청중을 압도하는 연주도 있다. 하지만 나는 듣는 사람과 아주 작은 감정을 나누는 데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씨는 “화려한 리스트보다 섬세한 쇼팽”이라는 비유로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가 콩쿠르 입상 소식을 손수 전하지도, 적극적으로 한국 무대에 서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씨는 서울예고 2학년을 마치고 한예종에 영재 입학했다. 중앙음악콩쿠르·부산음악콩쿠르 등에서 1위에 오르며 주목도 받았다. 그가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집중하게 된 것은 7년 전 독일 유학을 떠난 후다. “피아노의 기술적인 면에만 몰두하던 어린 시절이었다. 유학 이후 인간적인 마음으로 진실한 감동을 전달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쾰른 음대의 파벨 길릴로프 교수가 도움을 줬다. 이씨는 “테크닉을 ‘맹렬히’ 훈련 중인 나에게 ‘너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준 스승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피아니스트의 ‘혈기’를 가라앉힌 이가 길릴로프 교수라면, 한예종의 김대진 교수는 이씨의 마음 속 열정을 끄집어낸 스승이다. 두 살 위 누나를 따라 피아노를 시작한 이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김 교수를 만났다. “대단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하고 있었는데, 김대진 선생님을 만난 후 내 생각을 적극적으로 열어 보이는 방법을 알게 됐다.”

이씨는 올해의 떠오르는 스타로 선정돼 11일 금호아트홀에서 7년 만의 독주회를 열었다. 4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부천필하모닉과 협연하며 KBS교향악단과도 한국 무대에 설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