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사랑의 일기'에 마지막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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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기를 쓰고 있는 때의 마음으로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

지난 24일 타계한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시인은 1991년 '사랑의 일기' 보급 운동에 참여하며 '고백' 이란 글에서 어린 시절 이웃 형님의 만년필을 망가뜨려 놓고 고백하지 못한 과거를 술회했다.

'고백' 이 실려 있는 사랑의 일기장은 지금까지 5백만여부가 배포돼 일기를 통한 청소년의 심성 순화와 글쓰기 훈련에 교과서가 되고 있다.

'사랑의 일기' 운동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와 중앙일보가 91년부터 공동으로 벌이는 캠페인. 보통 일기장과 달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항목들이 들어 있는 '사랑의 일기장' 을 초.중.고생들이 쓰게 해 바른 인생관을 갖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만년의 미당은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이 일기를 통해 맑은 양심으로 살아가길 바라며 이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92년부터 95년까지 매년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대공원 등지를 직접 찾아 어린이들에게 일기장을 나눠주며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95년부터는 '사랑의 일기'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아 어린이들의 시심(詩心)을 직접 북돋웠다.

인추협 고진광 사무총장은 "오는 28일 미당 선생의 쾌유를 비는 자리를 준비했었는데 추모의 밤이 됐다" 며 아쉬워했다.

한편 미당으로부터 심사위원장상을 받은 수상자 10여명도 27일 미당의 빈소를 찾기로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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