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기업이 환경을 왜 챙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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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청정 에너지.그린 마케팅.녹색 경영' 같은 말을 많이 들었을 거예요.

기업들이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온 말들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환경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질이 좋은 제품을 싼 값에 만들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환경 문제가 기업의 사활을 가르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환경을 무시하고 자연 보호를 소홀히 하는 기업이나 산업은 정부의 규제를 받고, 소비자가 외면해 결국 도태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오염을 경제적으로 보면 인간이 환경을 너무 값싸게, 심지어 공짜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원자재를 사거나 사람을 고용할 때는 돈을 줍니다. 그러나 강물에 폐수를 방류하거나 대기 중에 매연을 배출하는데는 돈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환경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강물이 오염되거나 부족하면 당장 먹는 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농사 짓고 공장 기계 돌리는 데 지장을 받지요. 그래서 나라마다 정부가 나서서 환경오염을 규제하고, 국제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1972년 유엔이 스웨덴에서 인간환경회의를 열어 유엔환경계획이란 기구를 창설한 뒤 ▶해양오염 방지(72년)▶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 규제(75년)▶오존층 보호(85년)▶유해 폐기물 수출 금지(89년)등 지금까지 2백여개의 국제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환경 협약 가운데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채택한 기후변화협약이란 것이 있습니다.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논의입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여지껏 최종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거나 휘발유가 아닌 청정연료를 쓰는 차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투자비가 더 들어 차 값이 비싸지지요. 그렇다고 국민에게 갑자기 차를 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현실적으로 당장 먹고 살기가 바쁜데 환경까지 챙길 여력이 없으므로 개도국 경제가 빨리 성장하도록 돕는 게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환경을 지키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다른 분야의 투자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기업 활동과 환경 보전은 상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은 옷이나 집.가전제품.자동차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지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라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산을 파헤쳐 광물자원을 캐내고, 석유를 태워 대기를 혼탁하게 만들고, 나무를 베어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이런 일을 안 하면 환경은 보존할 수 있지만, 먹고 살 수가 없으니 일종의 딜레마지요.

래서 나온 게 92년 리우 지구환경선언에서 거론한 '지속 가능한 발전' 원칙입니다.

환경을 살리면서 경제도 발전시키자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나무를 벤 만큼 심고, 물고기는 총량을 유지할 정도로 적당히 잡고, 석유 대신 태양열.바람 등 고갈되지 않는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전략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듀폰이란 다국적 기업은 최근 90년 이후 스스로 50%의 오염 유발 가스를 줄였다고 발표했어요. 정유업체인 BP.아모코는 세계 제1의 태양열 발전설비 회사로 발돋움했습니다.

환경경영은 여러가지 국내법과 국제기준을 지키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안되고 부품을 조달해 물건을 만들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하지요. 이를 '환경친화적 경영' 이라고 합니다.

환경에 해가 되는 제품은 관세를 물게 하거나 아예 수출을 못하게 하는 등 무역규제가 심해지고 있어요. 이미 유럽은 프레온가스를 쓰는 냉장고, 수은을 함유한 배터리, 유해 염료를 쓴 섬유 등은 수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내년 7월부터 미국에 냉장고를 수출하려면 지금보다 30% 이상 전기를 절약하는 기능을 갖춰야 해요. 핀란드는 휴지.냅킨을 1백% 재생용지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으로선 부담스럽지만 다른 나라 기업들에도 모두 적용되므로 잘 활용하면 수출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환경은 기업 이미지와 직결됩니다. 선진국에선 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신용상태뿐 아니라 환경친화 경영을 하는지도 평가합니다.

주주들도 환경을 무시하는 기업은 장래성이 없다고 여겨 투자를 꺼리지요.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을 사랑하고, 그런 제품을 사주는 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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