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임종 가까워지자 "괜찮다" 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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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시인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영안실(02-3410-6915)에는 25일 성탄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밝자마자 조문 문인들과 조화가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전 8시에는 미국에서 달려온 장남 승해(升海.재미 변호사)씨가 임종을 못한 슬픔에 울었으며 오후 5시쯤엔 고은 시인이 찾아와 그동안의 서운함을 씻어내며 조문했다.

○…미당의 쾌유를 빌며 난 화분을 보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빈소로 조화를 보냈다.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도 조화를 보냈으며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의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미당이 종신교수로 몸담았던 동국대 등의 학교, 대한 불교 조계종, 중앙일보 등 언론사, 한국문인협회 등 문인단체, 민음사 등 출판사에서 보낸 조화가 날이 밝으면서 속속 도착하며 고인의 가는 길에 꽃길을 놓고 있다.

특히 같은 병원에서 서로 위문하며 투병하던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이 보낸 조화가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장남 승해씨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임종을 몰랐다" 며 오열했다. 전날 오후 8시에 도착한 차남 윤(潤.재미 의사)씨는 3시간 동안 안타깝게 임종을 지켜봐야 했다.

"둘째가 보고 싶다는 말씀에 미국에서 급히 달려와 줄곧 이야기를 시도했으나 대답은 못하셨지만 알아듣고는 있었다" 고 했다. 미당은 임종이 가까워지자 "괜찮다, 괜찮다" 며 환히 웃고 나서 숨을 거뒀다.

○…임종은 차남 윤씨, 큰며느리 강은자씨, 동생 정태씨, 최종림 시인 등이 지켜봤으며 부음을 듣고 문정희.김화영.성춘복.김시철.문덕수.이근배.이시영.곽종원.이탄.김종해.박제천.이제하.함종현.홍기삼.신세훈.김정환.김시태.김훈.신경숙씨 등 문인이 빈소를 찾고 있다.

특히 미당을 부모처럼 모셨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영화배우 윤정희씨 부부도 다녀갔다. 미당의 고향인 전북에서 유종근 지사도 와 조문했다.

○…장례는 '미당이 이사장을 역임했던 '한국문인협회장이나 문인장 등이 논의됐으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한편 25일 예술원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이 괜찮다면 정부에서 훈장을 추서하도록 추천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가족측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 전했다.

이경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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