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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끝서 되돌아 본 20세기 과학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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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0세기는 과학기술혁명의 시대로 불려진다.양자역학과 상대성원리라는 걸출한 물리학이론의 탄생과 그 응용이 눈부시게 펼쳐졌다. 또 상상에 머물던 달나라에 인간의 족적을 남기며 우주의 신비를 체험케 했고 마침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생명복제의 단계로까지 나아가게 됐다.

초미세 세계에서부터 거대 세계에 이르기까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을 이룩한 지난 1백년동안의 발자취를 주요 업적을 통해 더듬어 본다.

◇무선통신으로 20세기 개막=이탈리아의 과학자 마르코니가 1901년 영국과 캐나다간 무선통신을 성공시킴으로써 새로운 ‘지구촌시대’의 막을 올렸다. 무선통신의 성공은 대륙간 통신·인공위성 통신 등 오늘날의 통신혁명을 이룩하는 신호탄이 됐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양자역학과 함께 현대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론이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고 모든 자연법칙이 똑같다면 시간과 물체의 운동은 관찰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 소립자의 세계에서부터 전체 우주에 이르기까지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데 광범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 이론은 우주관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았다. 상대성 이론은 복잡한 내용과는 걸맞지 않게 물질이 갖는 에너지(E)는 그 물질의 질량(m)에 빛의 속도(c)의 제곱을 곱한 값이라는 간단한 공식 ‘E=mc2’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이론은 뉴톤 등 고전물리학자들이 정립해 놓은 ‘절대 변하지 않는 시간과 물질의 운동’이라는 이론을 뒤엎은 것이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1903년 라이트 형제는 가솔린 엔진의 힘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를 단 쌍엽 비행기를 개발해 동력비행기 시대의 첫발을 내딛었다.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인류의 꿈을 실현케 해준 것이다. 이 비행기는 위 ·아래, 좌우로 방향을 바꾸고, 기체의 뒤집어짐방지 기능 등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페니실린의 발견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항생제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플레밍은 푸른곰팡이 주위에 화농균이 자라지 않는 것을 보고 이 곰팡이가 일반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분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페니실린의 이름은 이 곰팡이의 이름인 페니실리움 노타툼에서 따왔다. 그는 이 공로로 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캐로더스의 나일론 발명=나일론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합성섬유이자 합성섬유공업의 첫발을 내딛게 한 발명품이었다. 나일론은 모 ·면 ·견 등과 같은 천연섬유나 합성고무인 네오프렌보다 질기고 유연해 섬유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일반적으로 나일론은 내마모성·내열성 ·내화성이 좋아 실 ·천 ·밧줄 등 그 용도가 다양하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출현=46년 2월 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IBM사 개발했다. 1만8천8백개의 진공관을 이용해 계산을 수행하는 에니악은 1초에 5천번의 덧셈이 가능했다. 무게 30t, 길게 펼쳐놓으면 45m가량으로 교실 2개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다. 전기 소모량은 1백20㎿. 그 당시 가장 빠른 계산기는 초당 50번의 덧셈을 하는 정도였다.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 나선 발견=생명기능의 유전적 조절을 담당하는 화학물질인 DNA 분자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내 62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았다. 이들에 의해 DNA구조가 당-인산이 축을 이룬 2가닥의 나선형으로 꼬여 있고 이 가닥 사이를 편평한 유기염기가 가로질러 2가닥을 연결하고 있는 형태라는 것이 처음 밝혀진 것. 최근 인간지놈프로젝트도 이 구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20세기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발사 성공=스푸트니크는 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이며, 인류의 우주개척의 첫 신호탄이 됐다. 83.6㎏의 캡슐형이었고,원지점(遠地點)9백42㎞,근지점(近地點)2백30㎞인 지구궤도를 96분마다 한 바퀴씩 돌았다. 58년 초 지구대기로 떨어져 타버렸다. 이후 인공위성은 전세계에서 5천여기가 발사됐다. 미소간의 과학기술경쟁을 격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폴로 달 착륙=암스트롱과 올드린 2세, 콜린스 등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아폴로 11호가 69년 7월 20일 달에 착륙함으로써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었다. 이들이 달에 머문 시간은 21시간 37분.암스트롱은 달에 발자국을 남긴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됐다.

◇최초의 시험관 아기 ‘브라운’탄생=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복음과 같은 과학기술의 개가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78년 7월 영국 맨체스터주 올드햄 종합병원에서 태어난 여아인 루이스 브라운.

그의 탄생은 어머니의 몸에서 분리한 난자를 실험실에서 인공수정시킨 뒤 다시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체외수정술이 성공한 덕이었다. 국내에선 85년 10월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성공했다.

◇인간유전체지도 초안 완성=2000년 6월 국제 연구팀인 인체지놈프로젝트(HGP)와 미국 셀레라 지놈믹스사가 공동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23쌍의 인간염색체에 붙어 있는 30억쌍의 염기 중 97%의 순서를 짜 맞췄다.

이를 바탕으로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면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 등에 혁신을 몰고 올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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