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겨울철 퇴근시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공복(公僕).

공무원을 가리키는 말이죠.

하지만 이 말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닙니다.

국민이나 사회의

'머슴''심부름꾼'이란 뜻이니

누가 반기겠습니까?

그래서 공복이란 말에선

바위 같은 충직함이나

자기 낮춤의 미덕이 느껴집니다.

절대 국민을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

내 손에 흙 묻혀도

힘든 이웃의 거름 한 짐

더 거들어주는 머슴정신.

그런데 약 30개월 전

떨쳐 일어난 공무원들이

전국공무원노조를 세웠지요.

"굴종의 역사를 타도하고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의 주체가 되리라"며.

머슴에서 노동자로

스스로 독립하고 승격한 건

축복받을 일이겠지요.

한데 그들이

상머슴을 자처한 시장을

줏대 없는 개로 규정하고는

스스로를

개 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주저앉힐 줄이야.

인터넷 사이트엔

개라는 말이 들어가는

막말과 욕설이 빗발치고…

그토록 부르짖던

상식과 정의는

무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를 바로 세우겠다는

사람들에게 등이 떠밀렸다죠.

*지난 15일 전국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의 일부 간부가 겨울철 퇴근시간을 앞당기는 것에 반대한 시장을 개에 빗대면서 시위를 벌인 사실이 보도되자 청주시와 전공노시지부 홈페이지 등에는 "지나치다"는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안남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