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SBS와 MBC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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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문화부 기자

민영방송사도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주식의 70%를 갖고 있는 '공영방송' MBC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최근 닷새 동안 메인 뉴스를 통해 SBS와 상호 비방전을 주고받은 MBC의 모습은 '민영'보다 못해 보였다.

MBC 강성주 보도국장은 17일 SBS와의 공방전에 대해 "방송 개혁 과정에서 짚어줘야 할 내용이라 보도한 것이지 감정적인 비방보도가 아니었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 시청자들도 그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 MBC 인터넷 게시판에는 "MBC는 정말 한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한 방송사라고 생각하는가"(ID NARCI333), "MBC 뉴스가 자사 선전 방송인가"(HS103033), "이런 게 전파낭비"(ANY104) 등 시청자들의 항의가 거세다.

MBC가 SBS에 대한 첫 비판기사를 내보낸 지난 12일은 SBS가 'MBC의 땅투기 의혹'을 보도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MBC는 12일 밤 '뉴스데스크'에서 '윤세영 회장 가족방송?'이란 제목으로 SBS의 소유지분 문제를 다뤘다. 국정감사 소식을 전하는 형식으로, 방송법을 어기고 우호지분을 포함해 30%가 넘는 SBS 지분을 윤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방송법 시행령이 지난달 바뀌면서 '우호지분'의 정의도 달라진 점을 외면한 보도였다. 당연히 SBS 측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방송위원회 관계자가 즉시 내용을 정정해준 사항을 모른 척하고 보도했다는 점에서 MBC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후 MBC와 SBS는'MBC, 수도권에만 94만평 부동산 보유''봉이 윤선달?''태생적 한계' 등을 보도하며 서로 치고받았다.

15일까지 점입가경으로 상대를 헐뜯던 공방전의 고리는 민영방송인 SBS가 먼저 끊었다. SBS 기자협회는 16일 "시청자의 권익을 무시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이날 SBS 8시 뉴스에서도 보도됐다. 그러나 MBC는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이지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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