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을 살리자] 8. 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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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손 : 그동안 초.중.고 학교체육의 문제와 외국의 학교체육에 대해 알아보았다. 국내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보는 시간을 갖자.

김 : 현재 전국 학교의 체육관 보유비율이 20% 정도인데 대부분 체육관 겸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체육관으로만 쓰도록 하고 강당 역할은 시청각실이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해 눈.비가 자주 오는 지역은 체육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교실과 붙어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강 : 체육뿐 아니라 예술활동도 할 수 있는 다목적 실내공간을 만드는 게 국제적인 추세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을 입안하는 당국과 입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을 위한 백년대계의 일환으로서 체육공간 확보가 중요한 만큼 법령 및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5개년 계획 등으로 점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안 : 정부는 그동안 엘리트 체육에만 투자해왔다. 학교체육.생활체육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지만 엘리트 체육은 최소한의 투자만 해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체육은 학교.생활 체육의 기반 위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교육부에서 학교체육 담당부서가 소리없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고 : 요즘 학생들은 환경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자외선.산성비에 무척 신경쓰고 황사가 불 때는 운동장에 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같은 것도 결국 체육관 문제로 귀결된다. 실내 체육관이 있다면 날씨나 환경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김 : 최근 5년까지는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기 위한 교사(校舍) 증.개축이 우선이었다. 운동장 없는 학교의 개념도 그래서 나왔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9월 도심형 학교의 경우 체육관을 지으면 운동장 면적의 두배로 인정해 준다고 법제화했다. 지방교육청의 예산만으로 부족할 경우 민자를 유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강 :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한다 해도 돈이 많이 든다. 교육지침을 보면 야외활동.체육활동은 인근 지역사회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교육부가 지자체에 장학지침을 내리는 등 이를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

안 : 기본적으로 학교에 체육관을 지어 학교체육 및 생활체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는가다. 학교는 부지를 제공하고 지역의 민간펀드.지자체.체육진흥공단이 합쳐서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 서울시교육청도 매칭펀드를 고려 중에 있다. 교육부 예산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민자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 : 내년부터 시행되는 체육 복표사업의 수익 일부를 체육관 건설비용으로 쓰도록 하자.

손 : 지자체 시설에서 체육수업을 할 경우 이동시간이나 안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학생들의 교외 체육활동시 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

강 :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학생들이 교외에서 수업을 받다가 사고가 나도 교장이 인책받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런데 교장들이 그것마저도 두려워해 교외 수업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손 : 체육교사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강 : 체육은 주변 과목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체육교사의 위상이 낮다. 체육교사들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좋은 체육교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적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교련과목이 폐지되니까 대부분의 교련교사들이 체육교사로 전환된 것도 체육수업의 질 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고 : 전국의 체육교사 8백여명으로 구성된 체육교사 모임이 있다. 수업 지도안을 개발하고 인터넷을 통해 각종 자료를 교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체육교사들의 이같은 자발적인 활동에 인센티브를 주었으면 좋겠다. 체육교사들이 적체돼 있어 최근 몇년 동안 젊은 교사들이 안들어온다. 교사들이 40대만 넘어도 학생들 앞에서 시범 보이기도 힘들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체육교사 고령화가 더 심각하다.

강 : 방학 때는 교사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줘 선진 체육현장을 돌아보게 하고 대학과 연계해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현장교육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체육 전담교사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선수나 지도자 출신 학부모를 초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 : 3만명 정도 되는 생활체육 지도자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 학교특별회계가 시행되니까 이들에게 교통비도 지급할 수 있다. 기존의 인적자원 및 시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 사범대생의 경우 4학년 때 교생실습만 시키지 말고 외국처럼 2학년 때 현장학습 형식으로 인근 초등학교에 가서 수업에 참여, 학점을 따는 제도를 도입해도 좋겠다.

고 : 교사연수를 대폭 늘렸으면 좋겠다. 지금은 대부분 이론연수만 하고 실기연수는 부족하다. 재미있는 수업방안을 개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수기회를 늘렸으면 한다. 체육시간을 두 시간씩 묶어 집중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등산이나 롤러 블레이드.수영 수업이 가능하다. 겨울철에는 볼링장에 가서 수업을 하는 것도 좋겠다.

김 : 교사.학계.교육청 등 관계자들이 역할 분담을 해 충실히 제 몫을 해야 한다.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면 아무 발전도 없다. 내년 1월에 전문가들을 소집해 체육수업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기회를 만들겠다.

강 : 미국과 영국은 장학체제를 자주 손본다. 그러나 우리의 장학체제는 해방 이후 변함이 없다. 미국의 경우 감독관이 교육현장을 돌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데 우리는 현장과 대화가 전혀 없다. 시.도 교육청에 교사들의 고충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체육 교육국을 신설해야 한다고 본다. 체육 관련 장학사의 인원도 줄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늘려야 한다.

안 : 이번 기획의 성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체육관 짓기 캠페인 등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학교체육뿐 아니라 생활체육면에서도 앞으로 주 5일 근무에 대비, 저비용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체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학교 체육관을 생활체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리〓정현목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참석자>

▶강신복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

▶고인수 서울 공항고 체육교사

▶김기남 교육부 학교시설환경과 과장

▶안민석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가나다순>

▶ 진행=손장환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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