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벼가마 반납에 지자체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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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시 ·군청에 놓인 농기계와 쌀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민들이 이달 초 부채경감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반납한 트랙터 ·콤바인 등과 농가 부채의 현물 상환 명분으로 쌓아놓은 쌀을 3주째 찾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사를 출입하는 민원인들이 주차난과 함께 통행에도 불편을 겪고 있다.또 도난·파손 우려도 있어 시·군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전북 정읍시청은 본관 앞 주차 공간에 트랙터 ·콤바인이 가득 찼다.

승용차 40대 정도가 들어설 장소에 놓인 농기계는 줄잡아 1백여 대가 넘는다. 다른 차들은 주차는 물론 출입마저도 못하고 있으며 민원인들이 청사를 드나들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정읍시는 농기계 도난사고를 대비해 야간 당직자를 4명에서 8명으로 늘렸다.

시 공무원들은 농민들에게 “의사 전달이 충분히 됐고 이 같은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진다”설득하고 있지만 일부 농민들은 매일 청사에 찾아와 두고 간 농기계에 시동까지 걸어주고 가면서도 시위는 그치지 않는 상태다.

80여 대의 농기계가 있는 김제 시청에서는 시가 농기계 반납 농민들에게 보관증을 써 준 바 있어 밤마다 덤프트럭 2대로 정문을 막아 분실 방지에 나섰다.

전북도 내 10개 시·군청에는 농민들이 시위하면서 반납한 후 아직 찾아가지 않은 농기계가 3백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농민회 관계자는 “반납 농기계의 처리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며 “각 시·군 단체별로 이를 해결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청의 경우 정문 앞 광장에는 2m 높이로 벼 3천여 가마가 쌓여 있다.현물상환 투쟁을 벌이고 있는 나주시에서는 시청 앞에 야적된 벼를 면·동별로 돌아가며 주민 5∼6명씩이 와 지키고 있다.눈·비 등을 맞을 것을 염려해 비닐을 덮고 텐트까지 쳤다.

충남 청양군은 농민들의 농성까지 겹쳤다.볏가마 3백50개와 농기구 10대를 군청앞 뜰에 모아놓은 이 지역 농민 40여 명은 농민시위 와중에 구속된 농민 金모(35)씨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도 금산면 사무소 50여 평의 주차장에 14대의 농기계가 방치돼 있다.지난 7일 농민대회 때 농민들이 20여 대를 맡겼으나 그동안 겨우 6대만 찾아갔다.

대형 트랙터 3대에는 ‘현실성 있는 특별법 제정하라’는 현수막이 그대로 붙어 있다.

경북 상주시청에도 트랙터 3대 등 농기계 5대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장대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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