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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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셀 코리아는 없겠지만 크게 사지도 않을 것' .

나스닥이 7일째 폭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의 향후 동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체적 전망은 이러하다.

21일 증시는 개장초 나스닥의 7% 폭락 영향으로 거래소 500선이 붕괴되고 코스닥도 55까지 밀리는 등 급락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외국인이 선물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장 막판 현물(주식)에서도 순매수로 돌아서며 낙폭을 크게 줄였다.

나스닥 선물의 강세가 큰 역할을 했지만 외국인들이 아직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올 외국인 주식투자 손실 29조원 추정〓올 초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모두 77조8천여억원어치였고 최근까지 11조3천여억원어치를 더 사들였다.

그러나 현재 주가 하락으로 이들의 보유주식 가치는 많아야 60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연초에 비해 29조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의 원화 약세를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불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매도 경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나스닥이 하락세를 보인 6일 동안 순매도한 날은 이틀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나흘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12월 전체로는 4천3백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선물거래에서도 현물 매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판 경우는 15일 중 3일에 불과한 반면 6일은 현.선물을 동시에 순매수해 장을 떠받쳤다.

◇ 적극적 매매는 안할 듯〓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지는 않겠지만 장세 반전의 주역을 맡기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발을 빼기에는 이미 늦은 데다 주식을 팔더라도 대신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 이라며 "장이 반등할 때마다 조금씩 현금화하며 투자비중을 낮추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현대투신증권 김원열 연구위원은 "아직은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이 크지 않고 환율 급변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면서도 "외국인 보유 주식의 70% 가량이 기술주이고 국제 펀드에서의 자금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부담" 이라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크리스마스 휴가철인데다 한국 투자의 주역이 중.장기펀드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지수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은 작다" 며 "나스닥의 안정과 원화가치의 완만한 하락, 금융구조조정의 조속한 마무리가 결정적 변수" 라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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