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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이슈] 성매매 정말 줄이려면…처벌법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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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성매매를 위법행위로 규정해 왔다.

미 군정하에 있던 과도정부는 1947년 법률을 제정, 일제시대의 공창제도를 폐지하고 매춘을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매춘을 하거나 알선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만환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정부 수립 이후 성매매 관련자에 대한 일반적인 처벌 규정이 생긴 것은 제3공화국 초기인 61년 11월. 군사정부는 사회기강을 확립한다는 목적으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윤락 행위자와 상대자를 벌금 3만환 이하나 구류 또는 과료, 윤락 알선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만환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전까지는 간음목적 약취유인, 부녀매매죄 등 인신매매 사범 등에 대한 처벌규정만 형법에 있었다.

당시 정부는 윤락업소가 몰려 있던 서울역.이태원 등 79개 지역을 '특정 지역'으로 지정하고, 단속보다는 선도 위주의 정책을 폈다. 하지만 '윤락'(타락해서 몸을 판다는 뜻)이라는 개념 자체에 성을 파는 여성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었다.

윤락행위방지법은 95년 1월 처벌 조항이 강화되고 대상도 세분화되는 등 대폭 개정됐다. 벌금이나 구류.과료밖에 없었던 성매매 당사자에 대한 법정형에 징역형(1년 이하)이 추가됐고, 업주에 대한 처벌도 징역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높아졌다.

그러나 법은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 설사 단속에 적발돼도 위반자 대부분이 벌금형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발소.목욕탕.숙박업소 등에서의 윤락 알선을 처벌하는 '풍속에 관한 법률' '직업안정법' 등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청소년 보호법'과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이른바 원조교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지난달 23일 시행된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주나 인신매매.폭행.감금 등을 통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행위 등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였다. 또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 처벌받지 않도록 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지원대책을 마련한 것도 큰 특징이다.

이 법은 2002년 1월 전북 군산시 개복동 화재로 무허가 성매매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하던 14명의 여성이 화재로 숨진 것이 제정의 계기였다. 개복동 화재가 발생한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근처의 대명동 성매매 업소에 감금된 여성 5명이 또 사망하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에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도해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성매매알선처벌법안을 마련해 2001년 11월 국회에 입법 청원했으나 법제화되지 못했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업주에 의한 불법적인 감금 및 착취관행을 없애기 위해 수차례 청원했으며 올 초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이 시민단체가 낸 법을 수정 제안해 국회에서 통과됐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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