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3주-현장 르포] '홍등' 꺼졌지만 '개인 영업'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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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2시 서울 종로3가의 한 나이트클럽.

회사원 김모(32)씨는 춤을 추다 만난 한 아가씨에게서 '20만원에 같이 밤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단속으로 영업이 힘들어진 성매매 여성이 무대를 나이트 클럽으로 옮겨 '부킹'을 통해 남성에 접근한 것이다. 성매매의 양상이 특별법 시행 이전보다 더 은밀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룸살롱 등에선 성매수 남성을 먼저 숙박업소로 보내 방을 잡게 한 다음 성매수 여성에게 방 번호를 알려주는 수법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남성은 여성과 '2차'를 약속하고 방을 잡은 뒤 여성을 전화로 불러내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숙박업소에 들어갈 경우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업소 주변에 오피스텔 등을 구입해 이를 성매매 장소로 활용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성매매 업자들을 검거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동차 극장의 남성 관객을 유혹하는 등 '개인 플레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이 달라진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서울 강남의 C마사지업소 업주는 "단속이 심한 밤 시간보다 경찰이 뜸한 낮 시간을 이용하는 손님이 최근 많아져 아침부터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적인 성매매 알선도 늘고 있다. '계약동거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무작위로 발송, 남성 파트너와 짝지어 주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연결시켜 주는 방법이다. 매매 알선자들은 '수백만원대의 고수입을 보장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특히 "성매매가 아닌 단순 동거를 주선하는 것이어서 아무 문제 없다는 변호사의 자문도 받았다"며 여성을 유혹하고 있다.

기존의 방법을 이용한 성매매도 여전하다. 강북구의 한 남성 휴게텔을 찾은 직장인 최모(30)씨는 "손님이 많아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4년째 마사지업소를 운영해 온 김모(45)씨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후 매출이 절반까지 떨어졌지만, 단골 손님 위주로 꾸준히 손님이 늘고 있어 걱정했던 것보다 수입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새로운 손님은 받지 않는다. 기존 고객들이 손님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3일부터 연인원 5만1710명의 경찰을 동원해 14일까지 2746명의 성매매 사범을 검거해 이 가운데 업주 61명 등 117명을 구속하고 7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검거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단속이 강화되면서 성매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등 예방효과가 상당하다"고 반박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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