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 성매매 정말 줄이려면…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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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봄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여성경찰대회는 각국의 성매매 관련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각국의 여성 경찰관들이 돌아가며 사례 발표를 한 뒤 마지막 정리를 한 사회자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나라든 법과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네요."

이 말처럼 세계의 여러 나라도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와 관련, 묘안을 찾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한 나라는 네덜란드.독일.헝가리 등이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성매매를 법적으로 인정한다. 성매매 여성들에게서 세금을 징수하며 건강검진도 철저히 한다. 성매매에 대해 가장 관대한 나라인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하고 영업허가증도 내준다.

네덜란드에서는 "성매매도 노동이며, 여성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홍실'(The Red Thread)이라는 조직이 있다. 전.현직 성매매 여성들이 모여 1985년 만든 이 단체는 '성매매란 더럽고 부도덕한 행위'라는 고정관념 자체를 거부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도 성매매가 허용되는 지역을 철저히 제한한다. 길거리에서의 호객행위 등은 불법으로 간주해 처벌한다.

프랑스.영국.덴마크.스페인 등은 성매매 행위를 자유로운 거래로 용인한다. 하지만 성매매를 합법적 직업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1860년대 매독이 창궐하자 공창제를 도입했던 프랑스는 1949년 공창을 폐지했다.

공창제가 음성적 성매매를 막는 사회안전망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공창을 허용하자 오히려 성매매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음성적인 거래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것이다.

성매매를 금지하고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로는 스웨덴.일본.대만.미국(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는 허용) 등이 있다. 스웨덴은 성을 산 사람만, 일본.대만.필리핀 등은 성을 판 사람만 처벌한다.

서구의 공창은 여러 가지 점에서 한국의 집창촌(일명 사창가)과 다르다.

외국의 홍등가는 자발성을 토대로 포주 없이 개인이 방을 임대해 운영하며 홍등가의 규모도 성매매 여성이 20~30명 정도 모여 있는 소규모다.

한국처럼 포주가 있고 강압.감금 등 유.무형의 폭력이 개입되거나 선불금 등이 있을 경우 유럽국가에서는 인신매매로 간주해 엄벌한다.

외국의 성매매 제도를 연구했던 원미혜(전 서울대 강사)씨는 "성매매 근절이냐, 공창제 허용이냐 하는 이분법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활대책 등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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