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대학로…' 가 보여준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제목부터 튀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가 30일부터 동숭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된다.

디지털 독립영화로 제작한 이 영화는 개봉관에서 선보일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6㎜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화면이 선명하지 않고 실험성이 강할 뿐 아니라 표현까지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로부터는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과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한 사이버 이미지 등으로 디지털 영화의 발전가능성을 제시한 영화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이 개봉관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은 인디포럼 2000.제6회 디지털 영화제.제4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배급 지원을 할 디지털 장편영화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단편 '강철' 로 주목받은 남기웅 감독이 단돈 8백만원으로 만든 이 영화가 2천만원이 넘는 영진위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개봉관 상영을 둘러싸고 이견도 만만찮다.

대학로에서 담임 선생과 원조교제를 하다 아기를 가진 여고생이 그 선생의 사주를 받은 이들에게 토막살인 당했다가 환생해 복수극을 펼친다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다.

내용이 파격적인 데다 6㎜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일반인이 보기엔 화면 상태가 어둡고 거칠다. 상영시간도 60여분. 이런 작품을 개봉관에서 6천원 받고 상영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하이퍼텍 나다측은 "비록 디지털로 만든 영화지만 새로운 미학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속에는 기성 사회의 위선을 조롱하는 풍자가 담겨 있어 상영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고 설명한다.

또 디지털 영화와 단편영화 제작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은 선례가 된다고 덧붙였다.

독립 영화로 만든 유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가 개봉관에서 화제를 끌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니어층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대학로에서…' 역시 한국 영화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할 것 같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