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선행왕' 공군본부 오흔석 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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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천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빛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충남 계룡대 장병들 사이에 '선행왕' 으로 통하는 공군본부 주임 원사실 소속 오흔석(吳欣錫.40.오른쪽에서 둘째)상사의 연말 소망이다.

그는 1997년초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 대전시 구봉마을 소재 '성애 노인요양원' 을 찾아간다. 70여명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아들' 노릇을 하기 위해서다.

준비해 간 떡.과일.빵.음료수 등을 할아버지.할머니 입에 넣어 드리는 것, 팔 다리를 주무르며 말벗이 되어드리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주변에서 남몰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이 일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는 吳상사는 위문품 마련을 위해 98년부터는 신문배달을 시작했다.

새벽 5시부터 1시간 20분 동안 계룡대 관사 지역 1백여 가구에 신문을 돌리고 매달 받는 15만원은 물론 봉급까지 쪼개 음식을 장만했다.

吳상사의 선행은 그의 가족들도 감동시켰다. 부인 문혜숙(文惠淑.36)씨는 보험모집인을 자청해 위문비를 보태고 있다.

두 아들 택곤(13).택수(11)군도 토요일이면 부모를 따라 요양원으로 향한다. 택곤군은 "이제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며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손길을 펴는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위암으로 투병 중인 상황인데도 "병상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요양원의 아버지.어머니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매일 아침 기도를 드린다" 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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