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기습노리다 상정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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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는 18일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동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하루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막판 합의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삿대질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격돌했다.

핵심 쟁점은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여야는 운영위 상정에는 가까스로 의견이 접근됐지만 법률안을 심사할 소위원회 구성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정균환 총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동수(同數)에 자민련 1명이 들어가는 홀수 구성" 을 주장했다. 반면 정창화 총무는 "무슨 소리냐. 여야 동수(짝수 구성)가 안되면 회의를 시작할 수 없다" 고 버텼다.

◇ 산산조각난 운영위원장 명패〓오후 5시15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12명)들만 입장한 운영위 회의실. 운영위원장인 정균환 총무는 "먼저 법안을 상정하겠다" 고 선언했다.

국회내 케이블TV로 현장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지금 뭐하는 거야.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라며 운영위원장 명패를 번쩍 들어 책상에 내리쳤다. 정균환 총무가 "일단 상정만 하자는 거다" 고 하자 정창화 총무는 "이런 식이면 예산안도 깰 수 있다" 고 거칠게 항의했다.

결국 정균환 총무는 "잠시 정회한다" 고 의사봉을 두드렸고, 이번엔 "왜 정회를 해" (吳長燮의원), "쇼하냐" 는 자민련 의원들의 고함이 터져나왔다.

◇"너희가 사람이야" "깡패야" 〓오후 10시20분 3당 총무는 운영위원장실에서 다시 마주했다. 걸어잠근 문 밖으로는 고성과 막말이 뒤섞여 나왔다.

정창화 총무는 "너희들이 사람이야. (정균환 총무에게)야 임마, 이런 배신행위가 어딨어" 라며 "운영위원장이 뭐야. 그 정도도 해결 못해" 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균환 총무는 "악을 쓰고 달려드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당신)깡패야" 라고 받았다.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도 나왔다. 자민련 이양희 총무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자기들끼리 싸우고 난리야" 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수호.김정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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