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구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하면 길은 있다. 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외국 항공사에 취직한 사람, '나 같은 인재가 있다'고 스스로 알려 취직에 성공한 사람. 그들의 취업 비결을 들어봤다.
권혁주 기자
MS 'X박스'개발팀 박성철씨
대학 때 일하고 싶은 세계기업 목록 만들어 도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기 X박스의 게임 개발 담당인 박성철(30) 과장. 그는 서울 삼성동 한국MS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미국 시애틀의 MS 본사 소속 사원이다. 그는 2003년 MS에 입사했다.
그의 첫 직장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를 국내에 공급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다. 2001년 이 회사 창립 멤버로 입사했다. 회사가 그를 뽑았다기보다 그가 일할 회사를 스스로 찾아냈다.
"대학(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때, 일본 소니 등 전 세계의 일하고 싶은 기업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70여 곳에 지원서를 보냈죠. 공채를 하건 말건 무작정 제출했습니다." 꼭 큰 회사만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게임을 워낙 좋아해 게임 분야는 소규모 회사에도 입사 지원을 했다.
"그러던 차에 소니가 SCEK를 세운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한국의 소니 관계사 임원에게 전화해 'SCEK를 세우려는 것을 안다'고 찔러봤죠." 반응은 "극비 사항을 어떻게 아느냐. 좀 보자"는 것이었다. 만난 자리에서 박 과장은 마케팅 계획까지 얘기했고, SCEK 창설 멤버로 뽑혔다. 1년 반 뒤 이번엔 MS가 한국 내에서 X박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관련 분야 5년 경력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발 체제의 차이 때문에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플레이스테이션보다 X박스가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대학 시절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던 그는 영어에도 자신이 있었다. 박 과장은 한국MS에 "1년 반의 경력을 가진 내가 국내 최고의 경력자"라며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 인터뷰한 뒤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나도 국내 대기업에 지원했다가 여러 번 떨어졌다"면서 "일하고 싶은 분야와 기업을 정해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반드시 취업의 문은 열린다"고 충고했다.
에미레이트항공 신지혜씨
체중 미달할까 신검 전날 라면먹고 자기도 했죠
신지혜(30)씨는 지난 1일 인천~두바이 간 직항편을 개설한 에미레이트항공의 기내 부사무장이다. 1998년 9월 에미레이트항공이 처음 한국 승무원을 공채할 때 뽑힌 뒤 그는 세 단계를 승진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여성의 서비스 업종 취업을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의 규율 때문에 전 세계 110여 개국에서 여성 승무원을 뽑고 있다.
한국외대 불문과를 졸업한 신씨는 비행기 승무원을 희망했다. 하지만 그가 졸업한 98년에는 외환위기 때문에 국내 항공사들이 승무원을 뽑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에미레이트항공에서 스튜어디스를 뽑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귀가 번쩍 뜨이더군요." 영어 실력은 대학 시절 1년간 미국 연수를 통해 닦아놓은 터였다. 22명의 승무원을 뽑는데 4000여 명이 몰렸다. 서류전형.신체검사에 개별 면접, 집단 토론 등 심사에 5개월이 걸렸다.
"승무원은 자기 주장을 펴기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승무원을 뽑을 때는 어학 실력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더 중시하죠. 승객들에게 서비스할 자세가 돼 있는지를 살피는 거예요."
승무원이 된 뒤 그는 유럽의 모든 노선은 물론 뉴질랜드와 아프리카의 말타까지 가봤다. 그는 두바이의 승무원 전용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1년에 30일의 휴가가 있어 석 달에 한 번씩 서울의 집에 들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친절 대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결혼도 미루고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98년부터 매년 한국인 여승무원을 선발한다.
"한국인 지원자 중에는 마른 사람이 많아요. 허약하면 뽑지 않습니다. 저는 체중이 미달할까봐 신체검사 전날 밤에 라면을 잔뜩 먹고 잤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