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현미경'활용,한국의 리더십 통섭적 분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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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호 03면

2010년은 각별한 해다.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다. 구한말 열강의 각축 속에 대한제국의 리더십은 허약했다. 20세기를 여는 전환기에 걸맞은 국가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결과는 참담했다. 일제의 식민지배, 한국전쟁은 남북 분단으로 이어졌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0 국가 리더십 탐색’ 나오기까지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짧은 기간 내에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 하지만 대통령의 역사는 불행했다. 건국의 아버지는 망명했고, 근대화의 리더는 저격당했다. 민주화 기수들은 부패와 연루돼 자식들을 감옥에 보내야 했다. 탈권위주의 상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1세기 두 번째 10년의 출발점인 2010년, 우리 앞엔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과 통일이란 과제가 놓여 있다. 질곡과 굴욕의 역사와도 단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번영의 10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요구된다. 세계적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성공하는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필요하다. 중앙일보와 중앙SUNDAY의 공동 기획 ‘2010 국가 리더십 탐구’는 이런 근본적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2010 국가 리더십 탐구’는 다섯 차례에 걸쳐 게재된다. 오늘 첫 회는 2012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여야의 예비 대선후보 11명에 대한 리더십 탐구다. 이어 34인의 전·현직 정치 지도자들이 본 한국정치 리더십의 조건(2회), 역대 대통령과 잠재적 예비 대선후보들의 유사성 분석(3회),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평가(4회)가 이어진다. 2, 3, 4회는 중앙일보에 실린다. 마지막 5회는 한국정치 30년을 통해 본 권력의 흐름(중앙SUNDAY)이 보도된다.

이번 기획은 4개월여의 준비기간 끝에 완성됐다. 정치학·행정학·언론학·경영학·역사학자와 여론조사전문가 등 6개 분야의 리더십 연구자들이 공동 기획하고 조사 및 연구 방법론을 함께 개발했다. 리더십 연구는 ①일반국민 2000명을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 ②6개 분야 학자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 ③1987년 이후 한국정치를 한때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는 전·현직 정치인 34인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토대로 했다.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 평가를 위해 미국의 역대 대통령 평가 시스템을 동원했다. 업적, 경제관리, 도덕성, 의회와의 관계, 법치, 외교 등 10개 항목으로 매년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고 있는 공영방송 C-Span 자료를 분석했다. 이것을 한국의 전직 대통령 평가에 원용했다. 역대 대통령이 세운 업적과 과오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좋은 업적은 이어받고 실패는 줄일 수 있는 지혜를 얻자는 취지에서다.

역대 대통령 선거 분석을 통해 집권의 필수 항목을 추출했다. 여기엔 시대정신, 권력의지, 도덕성, 추진력(실적), 실천력, 통합력 등이 포함됐다. 이를 ‘한국정치리더십지수(KPLI)’로 이름 붙였다. 이 지수로 잠재적 예비 대선 후보 11명을 평가했다. 각 예비후보들이 갖고 있는 장단점은 물론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잠재적 예비 후보 11인의 리더십 유형을 찾는 데는 그들의 생각이 담긴 말과 글을 통해 유형을 분석하는 ‘텍스트 분석’기법이 동원됐다.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진 1987년 이후 대선·총선과 지방선거의 트렌드와 함께 선출직 정치인 1200여 명에 대한 인구통계학적·정치적 성향도 조사·분석했다. 양적·질적 조사와 함께 역사적·통시적 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사용한 새로운 시도였다. 한국정치의 지난 30여 년에 대한 통섭적(統攝的) 분석을 통해 번영의 10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의 발견을 위한 모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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