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아저씨 “이병 추성훈 신고합니다”…북한 보이는 GOP 1박2일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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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GOP 대대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전쟁은 없어도 군대는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KBS 제공]

추성훈(35)을 뭐라고 이를까. 현직 UFC(세계 3대 이종격투기 대회 ) 선수이자 전직 유도 금메달리스트(2002년 아시안게임). 일본 귀화 이름은 아키야마 요시히로. 여자들에겐 ‘살인미소’ 띤 패셔니스타. 남자들에겐 부러운 몸매의 ‘ 파이터’. 그가 군대 갔다.

시야 멀리 북한 땅이 보이는 15사단 GOP 대대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KBS1 TV 설 특집 ‘진짜 사나이’(15일 오후 6시)에 참여해서다. 해군 출신 엄홍길(산악인)이 20여 년 만에 해군에 재입대 했고, 추성훈은 난생 처음 군생활을 했다. 방송 예고가 나가자 ‘추성훈 입대’가 포털사이트 검색어로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10일 밤 늦게 수원 KBS 세트촬영장에서 만났다. GOP 체험 다음날이었다. ‘생각보다 체구가 크지 않네’ 하는 첫인상은 두툼한 점퍼를 벗었을 때 바뀌었다. 트레이닝복 소매에서 터질 듯 팽팽한 근육이 느껴졌다. 찢어진 채 쳐진 눈매와 수줍은 미소가 구릿빛 피부 속에 두드러졌다.

◆군대 가야 한국 남자 된다=“재일교포 4세라서 군대 안 갔지만, 한국 남자라면 다 가는 곳이니까. 프로그램 얘기하자 엄마도 좋아하며 다녀오라고 했다. 갔다 와야 사내 된다고.”

‘사나이 추성훈’에게 더 필요한 ‘사내다움’이 있었을까마는, 충실하게 졸병 생활했다. 스무 살짜리 선임병에게 ‘~다, ~까’로 답하고, 삽질하고 청소했다. 짬밥 먹고, 군장 하고 ‘받들어 총’을 익혔다. 방송을 떠나서 “진짜 군대생활을 즐겼다”고 했다. “한국도 일본도 다 내 나라니까. 그래서 한국을 더 알고 싶었다. 철책 근무 땐, 긴장한 채 앞만 보고 있어 지루했다. 그래도 이런 게 나라 지키는 거구나, 가족 지키는 거구나 싶었다. 아마 한국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거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철책 경계 끝나고 샤워할 때. “서로 물 끼얹고 닦아주니 진짜 동료 같더라”는 것. “함께한 군인들이 당신 몸을 부러워했겠다”고 묻자 “규칙적인 생활을 해선지 군인들 몸도 다 좋더라”며 웃었다.

“병사들이 자꾸 내게 ‘격투기 하며 맞을 때 아프지 않냐. 참 대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나는 1박 2일이지만, 다들 2년씩이나….”

“혹시 다시 갈 생각 있냐”는 질문엔 웃으며 답했다. “한번이면 됐죠.”

◆로맨틱 마초, 평범한 남편=지난해 일본의 톱모델 야노 시호(34)와 결혼해 ‘품절남’이 됐지만, 여전히 추성훈은 ‘로맨틱 마초’의 대명사. 결혼 생활에 대해선 “평범하다. 쇼핑도 같이 즐기고, 아내에게 한국 요리(된장찌개·김치찌개)도 가끔 해준다”고 말했다.

“아내는 내게 없는 성격을 지녀 좋다. 확실하게 싫은 건 싫고 아닌 건 아닌 편이다. 가족을 지키려 하고 다른 사람 욕을 안 한다. 기쁨, 슬픔을 꾸밈 없이 표현하고, 순진하다.”

트레이닝복 차림에도 블랙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두른 ‘패션 센스’가 눈에 띄었다. “세트로 착용한 밴드형 팔찌와 반지 모두 내가 디자인했다. 조만간 한국에서 액세서리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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