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경제팀의 과민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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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김종윤 경제부 기자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에 대해 일제히 불만을 쏟아냈다.

이 부총리는 15일 "WEF 조사는 정치한 국제비교가 아니므로 지나치게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기업인 1000명에게 편지를 보내 "IMD가 은행감독 부문 순위를 60개국 중 51위로 평가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WEF의 우리나라 경쟁력 순위는 올해 29위. 2002년 21위, 2003년 18위로 매년 오르다 올해 다시 주저앉았다. 2000년대 초만 해도 20위권이었던 IMD 순위도 37위(2003년)→35위(2004년)로 바닥권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조사기관들의 조사방법이 '주관적'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들 기관의 조사는 각국의 거시경제지표를 분석하는 게 절반, 그 나라에서 활동하는 내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는 게 절반이다.

정부쪽 인사들은 설문 조사해보면 기업인들이 나쁘게 답하는 경향이 강해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 순위가 밀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무조건 정부를 싫어하거나 일부러 우리나라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쁜 점수를 주었을까. 기업인들의 답변은 조사과정의 일정한 편차와 부분적인 왜곡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이 여전히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줄줄이 나서서 국제기구의 평가나 경제전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어색하다. 또 지난해 WEF의 순위가 18위로 올랐을 때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순위가 급락하자 새삼스럽게 조사의 문제점을 탓하고 나서는 것도 정부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이 부총리는 "이런 평가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런 당부가 오히려 정부의 조바심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종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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