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간 잇단 기술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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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소기업.벤처기업간 기술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설계도면의 도용.특허권 침해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부 분쟁은 법원 판결에 따라 사운이 걸린 경우도 있다.

디지털 영상 저장 시스템 업체인 성진씨앤씨는 훠스트정보통신이 동영상 압축설계 소프트웨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훠스트정보통신이 만든 제품의 판매를 대행한 ㈜3R에도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훠스트정보통신의 朴모(32)대표이사는 지난달 말 소프트웨어 도용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朴대표는 지난 5월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DVR) 생산업체인 성진씨앤씨의 하드웨어 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DVR 회로도 1백54장과 영상 입력칩 제어 프로그램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훠스트정보통신 김응대 부사장은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공개된 것이며 성진씨앤씨의 제품과 다른 형태의 제품을 생산했다" 며 "법적 맞대응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3R은 펄쩍 뛰고 있다. 훠스트정보통신으로부터 판매대행 의뢰를 받은 적은 있으나 제품생산 기술의 도용 여부가 불거지자 바로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번 사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서한을 성진씨앤씨에 보냈다.

박정서 부사장은 "사법적 판단에 관계없이 훠스트정보통신 측에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고 밝혔다.

모형 기관차도 충돌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모형 기관차 생산업체인 삼홍사는 최근 동종 업체인 한국부라스가 삼홍사에서 유출된 설계도면을 활용해 모형 기관차를 생산했다며 한국부라스 趙모(43)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일부 수출 예정 제품에 대해선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처분을 받아냈다.

설계도면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는 삼홍사 출신 등 4명의 엔지니어는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 가운데 한사람은 항고중이다.

삼홍사는 한국부라스가 수십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간 설계도면을 받아 모형 기관차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법에 민.형사 소송을 함께 냈다.

이에 대해 한국부라스 측은 설계도면을 유출한 사람들은 자사 직원이 아니며 문제가 된 설계도면은 하청업체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설계도면을 토대로 한 제품 생산은 이미 중단했다고 반박했다.

이화 함께 한국부라스가 완제품 수출 5년 만에 모형기차 수출로 5백만달러 수출탑을 받는 등 수출량을 늘리자 불안감을 느낀 삼홍사가 소송을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홍사 최대열 이사는 "신생 기업이 상당한 기술 축적이 필요한 모형 기관차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기술을 도용한 방증"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부라스 조성오 관리부장은 "완제품을 수출한지 몇년 안됐지만 17년동안 모형 기관차 부품을 생산했고 완제품을 삼홍사에 납품한 실적도 있다" 고 맞섰다.

보일러 선두업체끼리도 특허권 분쟁을 겪다가 가까스로 불을 껐다.

린나이코리아는 지난 7월 경동보일러가 생산 중인 콘덴싱 보일러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해 생산한 것이라며 평택지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특허권 침해중지 가처분을 받았다.

경동보일러는 이에 대해 린나이가 콘덴싱 보일러를 생산하지 않아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이의신청을 준비했다.

그런데 최근 두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만나 린나이는 특허권 침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고, 경동보일러는 본안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특허심판원 박성호 심판관은 "연구개발과 생산에 앞서 특허권 침해 등을 따져보는 중소기업들이 많지 않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면서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송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변리사 등을 통해 사전 자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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