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영종대교 겨울교통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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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인 신공항고속도로의 영종대교가 결빙과 강풍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 운영자인 ㈜신공항하이웨이는 이같은 문제에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으나 충분치 못한 실정이며, 그나마 운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돌발 교통사고 등에 따른 인명피해와 극심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

특히 지난달 21일 개통 이후 결빙에 의한 교통사고가 벌써 발생하고 있어 겨울철 안전대책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 결빙=지난 13일 오전 8시40분쯤 영종대교 하부도로 하행선(11.3㎞)지점에서 출근길 차량 5대가 얼어붙은 노면에서 잇따라 미끄러지면서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 徐모(31.공항 근무)씨는 "시속 70㎞로 운행중 70여m 앞에 차량 두대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이를 피하기 위해 급제동했으나 노면이 얼어 그대로 미끄러지며 추돌했다" 고 말했다.

이후 사고 차량을 갓길에 주차하고 운전자들이 사고처리를 하는 사이 뒤따르던 차량 두대가 도로에서 3백60도 회전하며 연쇄 추돌했다. 이날 사고는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도로에 살얼음이 언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고는 영종대교의 기상 여건상 충분히 예견된 것이나 신공항하이웨이측이 예방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종대교 지역은 1년에 40일 정도의 안개가 발생하는 안개 다발지역으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경우 노면결빙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곳 기온이 육지와 비교해 평균 3도 정도 낮은데다 교량은 지열이 없고 수분 증발이 잘 안돼 결빙현상이 빈발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신공항하이웨이측은 모래와 염화칼슘 살포 외에는 노면결빙에 의한 사고 예방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다.

노면결빙 가능성을 운전자들에게 사전에 알려주고 감속을 유도하는 표지판도 전혀 없다. 영종대교에 단순히 감속 표지판만 설치했을 뿐이다.

이 상태라면 겨울철마다 결빙 사고에 따른 심각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강풍=영종대교는 바다 위에 건설돼 바람이 세다. 건설 공사중 실제로 초속 28m의 강풍이 불었던 적도 있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다.

이에 따라 신공항하이웨이측은 초속 12m 이상 때부터 단계적인 교통통제 대책을 마련했으나 그 내용이 운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 대책=전문가들은 우선 기후상태에 따라 차량의 속도제한을 현재보다 더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운전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고속도로 곳곳에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항으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인 만큼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커다란 혼란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기후조건 악화 때는 인력을 주요 지점에 충분히 배치, 사고를 예방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진.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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