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도용 명예훼손 "판매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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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의 강력한 여자사냥 라이벌 김○○○를 제압하고 모든 여인의 순정을 관장하는 맹주 자리를 언젠가는 차지할 것이다. "

작가 주변 실존인물의 이름을 도용, 음란 묘사 등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창작물이라도 판매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孫潤河부장판사)는 15일 金모(37)씨가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죽음보다 깊은 사이버 섹스' 라는 소설에 자신의 실명을 거론, 명예가 훼손됐다며 저자 張모씨를 상대로 낸 출판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張씨가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에서 자신의 주변인물인 金씨의 실명과 아이디(ID)를 사용,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 출판금지 결정을 내렸다" 고 밝혔다. 실명과 아이디를 함께 쓰면 누구인지가 명확히 특정된다.

張씨는 지난 10월 한 PC통신 동호회 회원인 金씨 등을 등장인물로 삼아 회원들간의 불륜 관계를 다룬 소설을 펴냈다.

張씨와 출판사측은 "컴퓨터 통신에서 3년간 이 소설을 연재할 때는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으며 실명의 당사자로부터 사전 허락도 받았다" 며 "책으로 나오니 문제되는 것은 억울하다" 는 입장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PC통신회 유해정보팀 김철환(金哲煥)팀장은 "PC통신 아이디의 성명권(姓名權)을 인정한다는 결정" 이라며 "사이버 공간에서 유통되는 글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확립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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