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1년 만에 최대 시련에 봉착한 허정무팀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허정무 감독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순항해온 허정무호가 가장 큰 시련을 맞았다. 중국전 0-3 완패의 충격은 한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성난 축구팬들 때문에 축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10일은 물론 11일에도 접속이 불가능했다.
이제 관심은 허 감독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허 감독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패배한 다음 선수단을 어떻게 이끄느냐는 스포츠 지도자의 덕목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승리한 다음 날엔 감독이 할 일이 없다. 이미 승리감에 선수들의 의욕이 넘치기 때문이다. 진짜 감독이 필요할 때는 패배한 다음 날이다. 선수들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리느냐에 대한 판단과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며 지도자에게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5년째 이끌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이 방면의 전문가다. 박지성(29·맨유)은 “퍼거슨 감독이 대단한 이유는 패배한 이후 어느 누구보다 먼저 패배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독이 먼저 새 출발을 준비하니 선수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별개로 중국전 허정무 감독의 목표 의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출국 전 “동아시아선수권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승리가 아닌 테스트에 초점을 맞춰 선수 기용을 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너무 많은 선수를 한꺼번에 테스트했고, 그 과정에서 전체 포지션과 시스템이 흐트러져 버렸다. 0-3 완패는 그 결과였다. 허 감독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떨어져 있던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수 기용 문제가 패배를 불렀다”고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실험보다는 베스트 11을 확정해 조직력을 높여 나갈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도쿄=최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