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정책 주부 모니터단 고순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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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모니터단 활동을 하며 생활공감정책 제안으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은 고순심씨. [조영회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무자격 원어민 강사 문제. 마약과 폭력에다 성추행까지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겁난다. 신문과 TV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원어민 강사 문제를 접한 학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이들을 고용하는 학원주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면 무자격 강사에 대한 불안이 줄지 않을까?

이런 내용을 토대로 정책 아이디어를 낸 건 ‘생활공감정책 주부 모니터단’ 고순심(40·여)씨다. 고씨는 이 아이디어로 KBS-TV 국민제안쇼 ‘5천만의 아이디어’에 출연했다. 정책검증도 받았다. 정책평가단 100명 중 80명이 찬성을 해야 정책으로 채택이 되지만 아쉽게도 6명이 모자라 채택이 되지 못했다. 대신 ‘아깝게 떨어진 정책 제안’에서 2등을 했다. 다행히 고씨의 아이디어는 ‘뛰어난 제안’으로 평가 받아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5일 모니터단 1기 활동을 장관상 수상으로 멋지게 마치고 2기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고씨를 만났다. 다음은 고씨와의 일문일답.(※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Q 수상 소감은.

“너무 기쁘다. 한편으론 마음도 무겁다. 상 받은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2기 활동이 부담된다. 1기 때는 춤추면서 들어왔던 거고(※힘든 줄 모르고 시작했다), 이번 2기는 만만치 않다. 내 이름값이 있지 않나. 1기 이상으로 잘해야 하는데…. ‘역시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작년에는 장관상을 받았으니 올해는 대통령상을 받고 싶다.”

Q 어떤 아이디어로 상을 받았나.

“남편과 뉴스를 보다가 불법 원어민 강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을 고용하는 학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제안을 모니터단 홈페이지에 올린 게 TV출연까지 이어졌다. 그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했다. 주부 모니터단 블로그 경진에서 개인부문 1등을 했다. 열심히 제안하고 모니터링하며 활동했던 게 수상에 도움이 된 것 같다.”

Q TV에 출연한 기분은 어땠나.

“우황청심환을 2개나 먹고 갔는데도 너무 떨렸다. 남편이 옆에서 응원해줬는데도 긴장됐다. 준비한 만큼 충분한 설명을 다 못해 아쉬웠다. 다른 사람들은 TV를 보고 다 예쁘게 나왔다고 말도 너무 잘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저게 나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책 채택이 안 된 것도 아쉽다. 몇 명만 더 찬성해줬으면 좋았었는데….”

Q 모니터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년 전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면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다. 그 때 남편이 이런 게(※생활공감정책 주부 모니터단) 있다고 알려줬다. 한 번 해보라고,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엔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줄 몰랐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서 욕심을 내게 됐다. 내가 한 번 몰입하면 무섭게 하는 스타일이다.”

Q 모니터단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주부로서 보통 남자들이 지나칠 수 있는 것,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불편함을 주는 것들을 찾아 정책 아이디어를 냈다. 예전엔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어도 그냥 ‘불편하네’ 하고 말았다. 내가 노력해봤자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쪽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지나쳤던 것이다. 모니터단이 된 이후엔 ‘이거 잘하면 내가 바꿀 수도 있겠는데’라고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개선방안도 고민하게 됐다. 요즘엔 항상 걸어 다니면서 생각나는 걸 메모해놓는다.”

Q 모니터단 활동으로 얻은 것은.

“사실 낯가림이 심해 처음 여섯 달 동안은 오프라인 활동을 아예 안 했다.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다가 작년 9월에 처음 모니터단 모임에 나갔다. 나가보니 사람들을 만나고 토론하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 ↘ 뭔가 하고 있다는 재미가 쏠쏠했다. 10월에 있었던 ‘우수모니터단 워크숍’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모니터단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집에서만 지내는 평범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

Q 다른 아이디어는 없나.

“두 아들의 엄마로서 자연스레 교육 쪽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생활보호대상자 아이들이 방과후 학교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가난한 친구들은 학원에 가기 힘드니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모니터단 활동 중에 이 정책을 제안했었는데 충남도청에서 전화가 왔다. ‘좋은 아이디어다. 시행하고 싶은데 지금은 예산이 모자라서 못한다. 예산이 확보되면 시도해보겠다’고 전해왔다. 이렇게 내 아이디어에 긍정적인 반응이 올 때가 가장 기쁘다.”

고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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