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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침체, 일부 국가엔 기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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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미국인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가계 지출은 소득을 훨씬 상회한다.

그러면 미 정부는 수요 진작을 위해 재정 적자를 늘릴 것이고,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데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무역.환율.유가.금융시장의 네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무역의 경우 미국이 경상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수입을 현재보다 20% 정도 줄이고 수출을 5% 정도 늘려야 한다.

따라서 수출의 대미 의존도가 큰 캐나다.말레이시아.멕시코.태국은 경제 성장률이 3~8%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싱가포르.대만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아시아 국가와 유럽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동안 유럽 등 해외의 자본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런 추세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화의 약세도 가속화할 것이다. 유로화나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는 3분의 1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금리를 인하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겠지만 일본은 타격이 클 것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계속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유가는 하락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기름 소비국인 미국의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에는 큰 호재다.

또 인플레 압력이 줄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통화 공급을 늘리는 데 부담을 덜 느낄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충격이 예상된다. 현재 주요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영국의 타격이 클 것이다.

동조화 정도가 덜한 일본이나, 기관 투자가 비중이 큰 유로 지역은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일본은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큰데 이는 내부적으로 이미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틴 울프(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정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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