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 2,857가구 주인 못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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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올해 11차례 치러진 서울시 동시분양은 분양가가 많이 오른 가운데 지역.브랜드별로 인기도 격차가 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움츠러들어 갈수록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부터 소형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등 실속 청약이 불경기시대 새 투자패턴으로 자리잡았다.

◇ 아파트 골라 잡는 시대〓올해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2만6천15가구의 10.9%인 2천8백57가구가 3순위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예년에는 5% 이하의 미분양률을 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입지.브랜드를 골라 잡을 기회가 많았다. 강남.서초구와 한강변 등 전통적인 인기지역은 초기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계약률이 나빠 웃돈을 안주고도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도 생겨났다.

◇ 관심과 외면의 차이〓시기에 관계없이 강남.서초.송파.마포.용산구 등지에서 나온 아파트는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화곡 대우(2차), 봉천 벽산(3차), 방학 삼성.신정 현대(이상 4차), 신도림 대림(5차), 당산 금호.암사 포스파크(이상 6차) 등은 비인기 지역이면서도 1순위에서 청약이 완료돼 화제가 됐었다.

반면 관심지역인 데도 3순위까지 미달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풍납 연지(2차), 방배 청광(4차), 삼성 I파크(10차)등 인데 낮은 지명도.비싼 분양가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건설업체들의 퇴출이 잇따르고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 10월 이후에는 분양시장이 얼어붙어 청약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분양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1순위청약에서 상반기에는 10%대의 미달이 생겼으나 건설업체 퇴출이 잇따른 10월 이후에는 50%를 웃돌았다.

◇ 분양.계약률 천차만별〓1순위에서 청약이 끝나도 실제 계약률은 50%를 밑도는 아파트가 적지 않았다.

6차 때 나온 쌍문동 삼성아파트는 순위 내 청약이 마감됐지만 계약 포기가 많아 미달분에 대해 선착순 모집에 나섰으며 문정동 대우(8차), 한남 현대 하이페리온.문래 현대홈타운.방배동 현대멤피스(이상 9차) 역시 순위 내에서 끝났지만 계약률은 기대에 못미쳤다.

이같은 현상은 소형 아파트보다 중대형에서 심했다. 소형은 전셋값 상승과 월세임대가 확산하면서 안정된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았으나 중대형은 분양가 부담이 크고 매매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소형 아파트일수록 불경기 때 현금화가 쉽고 전셋값이 많이 올라 투자성도 좋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고 말했다.

◇ 치솟는 분양가〓마감재 고급화.인건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많이 올랐다. 일부에서 폭리를 취한 경우도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에 맞추기 위해 고급 마감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급.대형아파트가 많을수록 분양가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지만 비슷한 입지여건이더라도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평균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집마련정보사가 조사한 분양가는 50평형 이상이 지난해 평당 1천54만원에서 올해 1천4백9만원으로 33.7% 뛰었다.

대부분의 지역이 올랐으나 강북권은 지난해보다 5.9% 떨어졌다.

특히 삼성동 I파크와 동부이촌동 LG빌리지 대형아파트는 평당 2천만원 안팎으로 분양가 상승을 주도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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