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생활 만족도 높이는 것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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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들의 술 자리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직장에서 받는 압박감, 자녀교육 문제, 경제적인 고민 등 끙끙 앓아왔던 고민들을 동년배들끼리 털어놓고 나면 한결 가벼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역한 사이일지라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바로 잠자리 고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발기부전이나 아내와의 잠자리 횟수 등 사실은 가장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문제임에도 이를 쉽게 터놓고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잘못 말했다가 약한 남자이거나 문제 있는 남자로 보여지기 싫기 때문이다. 특히 마치 무용담을 늘어 놓듯 성관계를 부풀려 말하는 친구 앞에서는 더욱 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기 마련이다.

중년남성들의 경우 발기부전이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인 것처럼 생각들을 하지만 실상 우리나라 남성들의 상당수가 성기능 장애 증상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성기능 장애인 발기부전은 40대 남성의 40%, 50대 남성의 50% 정도에서 유병률이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발기부전이나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기부전치료제의 지속시간에 대해서도 많은 오해들을 하는데 지속시간이 4시간이라면 4시간 내내 발기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실제 발기부전 치료제의 지속시간은 발기가 온전히 계속되는 시간이 아니라 약효가 유효한 시간이다. 즉 발기부전 치료제의 지속시간은 지속 시간 내에 성적인 자극이 있을 경우 발기가 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속시간에 대해 오해하는 환자들 중에는 성적인 자극이 없는 상태였으면서 발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약효에 대해 불만을 갖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발기시간의 드라마틱한 연장을 보장해주는 신비의 명약이 아니다. 발기가 어렵거나 발기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환자들이 정상적으로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제인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제와 용량을 처방 받아야 한다. 치료제는 국내에 시판된 것만해도 5가지 정도가 있어 개인별로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 데 무리가 없다.

특히, 지속시간은 발기부전 치료제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4시간부터 36시간까지 매우 다양하다. 환자에 따라 성관계 전에 복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관계를 해야 안심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파트너에게 약을 복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일찌감치 시간을 계산하여 미리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 중에는 발기부전치료제의 지속시간을 성관계 제한시간으로 받아들여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성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파트너에게까지 전달되어 만족도 높은 성생활을 못 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와 달리 복잡하게 시간을 계산할 필요 없이 미리 복용하고 여유 있게 성관계를 하고 싶은 경우는 지속시간이 긴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지속시간이 36시간인 시알리스(타다라필)가 있다. 한번 복용하면 주말 동안 여유로운 성관계가 가능해서 이른 바 위켄드필(weekend pill)로 불리기도 한다. 시알리스처럼 지속시간이 긴 치료제는 성관계 타이밍이나 시기 등에 관한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발기부전 이전의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희망하는 환자들에게 적당하다.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발기력 회복을 이유로 복용하기 보다는 본인과 파트너의 성관계 만족도를 높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파트너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잃지 않는다면 치료제의 치료효과가 더욱 배가 되어 보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다.

비뇨기과전문의 한태석(한비뇨기과의원 원장)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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