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소회, 에티오피아 소녀들에 염소 한 마리 기금마련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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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에티오피아의 한 여성이 염소를 안고 있다. 하루 생활비가 1달러가 안되는 에티오피아에선 염소가 소중한 재산이다. [삼소회 제공]

15세도 안된 소녀들이 이런저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으로 미혼모가 되기도 하고, 성적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교육을 못 받는 이도 아주 많다.

그래서 삼소회(三笑會)가 나선다. 1988년 세워진 삼소회는 불교의 스님, 천주교와 성공회의 수녀, 개신교의 언님(개신교의 독신 여성수도자),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함께 기도하는 여성 수도자 모임이다. 원불교 김지정 교무는 “지난 여름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왔을 때 담당자가 삼소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에티오피아 소녀를 돕는 여성 프로그램을 삼소회에서 맡아달라고 했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에티오피아는 가난한 나라다. 영아 사망률은 세계 1위, 인구 40% 이상의 하루 생활비가 1달러도 안 된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때 UN회원국으로 참전한 나라다.

김 교무는 법정 스님의 법문 한 구절을 인용했다. “남이란 누구인가? 타인이 아닙니다. 크게 보면 또 다른 나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보면 모두가 하나이고, 겹겹으로 닫힌 마음으로 보면 모두가 타인입니다.”

지원 방식은 간단하다. 소녀가 있는 에티오피아 가정에 염소를 한 마리씩 사주는 거다. 염소 한 마리의 현지 가격은 2만 원. 삼소회는 3년간 5만 마리(10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 디아코니아 자매회의 노종숙 언님은 “단 염소를 지원받는 가정에선 반드시 딸을 학교에 보낸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에티오피아에선 염소를 사기 위해 딸을 파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염소 한 마리 지원’은 UN과 에티오피아측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다. 소의 젖을 짜서 식량으로 쓰고, 새끼를 낳으면 고기도 보충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이 마련되는 셈이다.

수도자의 모임인 삼소회에는 재원이 없다. 우선 전시회를 준비했다. 17~23일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에티오피아 소녀 여성 돕기 기금마련 전시회’가 열린다.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은 소장하던 묵화를, 원불교 경산 종법사도 ‘如來心(여래심)’이란 친필 글씨를 내놓았다. 법정 스님의 글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도 나온다. 이해인 수녀는 직접 그린 시화 5점,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도 ‘꽃처럼 바람처럼’이라고 쓴 시화를 보냈다. 이 밖에도 다석 유영모의 초상화, 작가들의 도예 작품 등이 나온다.

삼소회 수도자들은 직접 품삯 2만원짜리 일감을 찾아 ‘염소 한 마리 비용’을 직접 버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전시·기부 문의 02-723-2996.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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