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5분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은 중국의 유하이(오른쪽 둘째)가 동료와 껴안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은 경기 내내 중국에 끌려 다닌 끝에 0-3으로 참패해 32년간 이어진 중국전 무패 기록이 깨졌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유하이와 가오린·덩주오샹에게 잇따라 골을 내주며 중국에 0-3으로 졌다.
197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 승리 이후 32년간 이어진 27경기 중국전 무패(16승11무) 기록은 사라졌다. 2003년 10월 오만에 1-3으로 패한 ‘오만 쇼크’ 이후 7년 만의 대재앙이었다.
◆영웅에서 역적 된 곽태휘=2년 전 중국 충칭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3-2 승리를 이끄는 역전골을 터뜨린 영웅 곽태휘(교토)는 역적이 되고 말았다.
선제골과 두 번째 골 모두 그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전반 5분 취보의 크로스 때는 위치를 잡지 못하고 유하이에게 공간을 내주며 헤딩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반 27분에는 페널티 지역에서 어설프게 볼을 걷어내다 양하오에게 뺏겨 결국 가오린의 왼발슛에 두 번째 골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41분에도 가오린에게 쉽사리 돌파를 허용하며 일대일 위기를 맞는 등 수비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허 감독은 그동안 중용하던 중앙수비 콤비 조용형-이정수 대신 조용형-곽태휘를 실험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근호-이동국 투톱 무기력=지난해 8월 파라과이전 이후 세 번째로 가동된 이동국-이근호 투톱 실험 역시 실패작으로 끝났다. 수비가 흔들리다 보니 최전방에 나선 이들에게 별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허 감독은 오른쪽 허벅지가 좋지 않은 이근호를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승렬로 교체했지만 반전을 이끌지는 못했다.
남아공 월드컵을 넉 달여 앞두고 충격적인 대패를 당한 허정무팀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이번 대회 1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14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일본과 최종전을 벌인다.
한편 이상엽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도 앞서 열린 중국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번 대회 1승1패를 기록한 여자대표팀은 2005년 8월 중국에 2-0으로 승리한 후 8연패에 빠졌고 역대 전적에서도 1승22패의 절대열세를 이어갔다.
도쿄=최원창 기자
양팀 감독의 말
◆허정무 한국 감독=선수 기용에 실패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지 않았던 선수들을 기용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곽태휘·이근호·김두현 등은 월드컵 본선을 위해 한 번 봐야 할 선수들이다. 이들과 동계훈련을 함께하지 않아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가오훙보 중국 감독=한·중·일 3개국 중에서 한국은 체력과 공수전환이 가장 좋다. 이 때문에 한국의 스피드 차단에 중점을 뒀다. 스피드를 차단하면 한국의 장점을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수비 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