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경완 2000년 상 다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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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포도대장' 박경완(현대.28.사진)이 생애 세 번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새 천년 첫해 프로야구를 호령했다.

올 시즌 박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굵직한 상은 싹쓸이했다.

박은 지난 4월 19일 한화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4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이만수(당시 삼성) 이후 15년 만에 포수로서 첫 홈런왕(40개)을 차지했다.

안정된 투수 리드와 탄탄한 수비로 팀의 우승을 이끌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또 스포츠신문들이 선정한 프로야구 대상을 휩쓸었다.

11일 최고 포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오는 17일 결혼식을 앞두고 값진 '예물' 을 챙겼다.

프로야구 정상에 오른 박의 화려함에는 무명시절 절치부심하며 흘린 땀이 배어 있다.

전주고를 졸업한 박은 1991년 계약금도 없이 연봉 6백만원을 받고 쌍방울에 연습생으로 입단, 교체 투수들이 몸을 푸는 공이나 받아주는 불펜포수로 3년을 보냈다.

죽마고우 김원형(SK)의 도움으로 간간이 경기에 출장했지만 박은 3년간 67게임에 출장해 안타 21개.홈런 3개.타점 8개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93년 당시 쌍방울 배터리를 담당했던 조범현(현 삼성) 코치를 만나면서 박은 '미운 오리새끼' 에서 '화려한 백조' 로 거듭날 수 있었다.

조코치는 지옥훈련을 통해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며 박을 가다듬었다. 박은 4연타석 홈런을 때린 날 가장 먼저 조코치에게 연락했을 만큼 고마움을 느낀다.

94년 박은 쌍방울 주전포수 자리를 꿰찼고 96년 골든글러브상을 받으며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9억원에 현대로 트레이드된 박은 98년 현대의 첫 우승에 기여하며 두번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박은 올해 포수부문 골든글러브 후보 다섯 명 가운데 홈런 40개와 수비율 0.991로 공수 양면에서 가장 빼어난 성적을 올려 압도적인 표차로 수상자로 결정됐다.

박은 "최고 선수는 몰라도 최고 포수만은 되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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