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지진계는 중국 후한의 장형(張衡)이 132년에 개발한 후풍지동의(候風地動儀)다. 지름이 약 2m인 청동 용기의 바깥쪽에 구슬을 입에 물고 있는 8마리의 용이 방위에 따라 위치해 있다. 지진을 감지하면 지진이 난 쪽의 용 입에서 구슬이 튀어나와 아래쪽 두꺼비 입으로 떨어지게 설계된 것이다. 이때 일어나는 날카로운 금속성이 지진 발생을 알린다. 당시 장안으로부터 600㎞나 떨어진 농서지역의 지진을 맞혔다고 한다.
현대의 지진계는 미국의 찰스 리히터가 개발했다. 그는 지진을 ‘규모’로 나타내는 방안도 고안했다. 이에 따르면 ‘재앙’ 수준인 규모 8 이상은 연간 1회꼴로 발생한다. 지난달 아이티 지진은 7.0이다. 이번 수도권 지진과 같은 규모 3.0 이상은 세계적으로 연간 13만 회가 일어난다.
지진계가 발달해도 동물의 본능에는 못 미치는가.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두꺼비떼가 출현했고, 일본 고베 지진 때는 개와 고양이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며 동물의 예지 능력에 주의를 기울인다. 실제 북한은 2005년 인민일보를 통해 평양 대성산 중앙동물원의 앵무새와 말 우리에 동물 지진감시초소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광시자치구 지진국은 ‘뱀은 120㎞ 떨어진 곳의 지진도 3~5일 전에 감지한다’며 카메라와 인터넷을 활용해 뱀 농장을 감시한다고 한다.
바람이 지구의 호흡이라면, 지진은 맥동(脈動)이다. ‘살아 있는 지구’인 것이다. 다만 여기에 기생(寄生)하는 인간들이 이를 잊거나 외면할 뿐이다. 지난해도 한반도에 60차례의 지진이 있었다. 안전지대는 없다. 그저 지구와 잘 공생(共生)하는 수밖에.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