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비호남 전면 포진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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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권에 '비(非)호남 전면 포진론' 이 확산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이 바라는 국정개혁' 을 천명한 뒤 부상한 논리다.

국정운영의 주체를 과감히 바꾸고 인사쇄신을 통해 악화된 지역갈등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다짐처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쇄신책을 마련 중" 이라며 "동교동계 중심의 여권 운영방식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운영에 큰 변화가 없이는 金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의미가 곧 퇴색하며 국민화합도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 지도부 교체론이 갈수록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의 경우 한때 '대안부재론' 을 바탕으로 유임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국정개혁' 다짐 이후 여권에선 교체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우 후임자로 동교동계.호남출신을 기용해선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TK(대구-경북)출신인 이수성(李壽成)전 총리.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과 서울 출신인 이홍구(李洪九)전 총리가 후임 하마평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김원기(金元基)고문이나 조세형(趙世衡)전 총재권한 대행은 호남출신이란 점이 약점으로 바뀐 상황" 이라고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말했다.

당에선 이런 쇄신 분위기에 따라 당3역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교동계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후임으론 김원길(金元吉.3선)의원이 거명된다.

서울(강북갑)출신인 데다 업무능력도 인정받는 편이다. 경기 의정부 출신인 문희상(文喜相)의원도 거론되지만 한화갑 최고위원과 가까운 범동교동계인 데다 재선의원이라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물러날 각오를 비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 후임엔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재형(洪在馨.청주 상당)의원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비호남 중심의 국정 주체세력 형성론' 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인재 부족이 한계다.

이수성.이홍구 전 총리는 김영삼 정권 때 여당(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인사들이고 원외(院外)다.

"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인사가 당의 얼굴이 되는 건 곤란하다" (鄭大哲최고위원)는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중권 위원.조세형 전 총재대행 역시 원외라는 문제가 있다. 특히 金위원은 당내 차기주자군으로 분류돼 있어 경쟁자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金대통령이 한계가 있는 당쪽의 개편보다는 큰 폭의 개각을 통해 쇄신면모를 선보이려 할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일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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