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투자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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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중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채권 발행 규모가 올 들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든 데다 각국의 재정 건전성도 좋아져 싼 금리로 채권 발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유가로 미국 등 세계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JP모건 등 투자기관들은 이머징마켓 투자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의 집계 결과 올 10월까지 이머징마켓 국가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3314억달러(약 380조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3202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행 규모는 1997년과 98년 아시아.러시아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머징마켓은 자본시장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의 시장을 말하며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동유럽.라틴아메리카.중국 등이 이들 시장으로 분류된다.

FT는 이머징마켓에서 채권 발행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미국.EU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수익이 줄어들자 고수익을 좇아 이머징마켓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연금펀드는 주식 투자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침에 따라 이머징마켓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머징마켓의 신용도가 높아진 것도 요인이다. 러시아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이머징마켓 국가와 기업은 싼 이자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FT는 그러나 이머징마켓은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너선 베일리스 JP모건 계량전략 수석은 "이머징마켓의 최대 위험은 미국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라고 말했다.

윌리엄 로드 씨티그룹 부회장은 "최근 국제금융연구소(IIF)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주요 이머징마켓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6.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세계 경제의 자금 흐름이 자꾸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머징마켓의 투자 위험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JP모건의 신흥시장 채권지수(EMBI)는 이달 초까지 8.3% 올라 S&P500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0.5%)을 크게 앞질렀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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