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사범 재판 왜 눈치보기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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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열린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지방법원 등에 대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右)이 이흥복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답변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국가보안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다. 14일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등법원 및 산하 지방법원 국감에선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보안법 폐지를 언급한 이후 법원이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측은 부인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최근 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한 재판이 연기된 사례를 지적하며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보안법은 합헌'이라며 존치 필요성을 밝혔는데도 하급 법원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있어 문제"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재경 의원은 "노 대통령이 '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한 이후 보안법 위반 사범들의 재판출석 거부가 늘고 있고, 각급 재판부도 재판 일정을 연기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보안법은 (1980년) 군사쿠데타 당시 국보위에서 만든, 절차상 하자가 있는 법이므로 폐지돼야 마땅하다"며 법원 측의 의견을 물었다. 이흥복 서울중앙지법원장은 "현재 보안법이 존재하므로 법원으로선 현행 법률로 재판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법안을 보면 적용 대상의 대부분은 법관과 검사"라며 "이는 법원과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고위 법관들이야 비리를 저지를 리 없지만 일부 하위 법관이나 검사들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동건 서울고법원장은 "대법원은 수사 대상을 고법 부장판사 이상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만일 판결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가 음해성 진정을 하는 경우 법관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김 고법원장에게 "대한민국 법정에서 만민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고법원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현실적으로 만인이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가영.천인성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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