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구항은 지금 '사람반 대게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동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2리 차유마을. 이 마을 80가구중 고기잡이를 하는 68가구 주민들은 요즘 한층 바빠졌다. 연간 계속하는 꽁치 ·오징어 잡이 외에 제철을 만난 대게잡이를 위해 그물을 새로 엮거나 부이 ·밧줄 등을 준비하느라 눈코뜰 새가 없기 때문이다.

5.5t짜리 일광호로 대(代)를 이어 대게를 잡고 있는 김규원(金圭元 ·50) ·한명희(韓明姬 ·43) 부부는 “대게의 이동 경로를 따져볼 때 이달 중순이 첫 투망 시기”라며 연신 바쁜 손길을 놀렸다.

주민들은 마을 앞바다에 90m짜리 그물 12∼15개를 연결한 7∼8개의 대형 그물을 수심 1백50∼2백50m에 내려 놓고 차례대로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대게잡이를 한다. 이 마을의 전통적인 방법이다.

대게라는 이름도 이 마을에서 유래했다. 잡은 게의 다리 모양이 이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죽도산(竹島山)의 대나무처럼 생겨 대게라 부르게 된 것이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포획 기간으로 영덕 강구항은 어선과 어민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오전 8∼9시쯤 강구 ·축산수협 공판장은 중매인과 외지인들로 꽉찬다.

대게잡이 배 5척(10t이상)이 조업중이어서 2∼3일 걸러 하루 2천여마리의 대게가 위판되고 있다.

경매가격은 대(大 ·1.2㎏정도)6만원, 중(中)3∼4만원, 소(小)8천∼1만원선.이달 중순 이후 1백여척의 소형 배들이 대거 조업에 나서면 대게값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덕 일대 식당에서는 대게가 크기에 따라 2만원부터 9만원 사이에 팔린다. 강구항에 줄지어 들어선 50여 식당과 항구지하 ‘풍물거리’의 40여 점포 수족관에는 이달부터 횟감용 고기 대신 대게가 자리를 잡는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대게를 찾는 관광객이 항구주변으로 몰린다. 식당마다 손님을 부르는 주인의 경상도 사투리와 손님들과의 흥정도 구경거리다.

대게는 일반적으로 스팀으로 쪄서 속살을 빼먹은 뒤 게 게딱지 내용물에 참기름을 몇방울 떨어 뜨려 밥을 비벼먹거나 게탕을 끓여 먹는다.

향긋한 냄새가 입맛을 자극하는 속살은 맛이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영덕군청에는 “진짜 대게를 파는 가게를 알려달라”는 외지인들의 문의전화가 이맘때 쯤이면 쇄도한다.

S식당 주인 이창건(李昌建 ·42)씨는 “주말엔 일대에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붐벼 평일날 찾아야 품질이 좋은 게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영덕=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