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지 않는 아토피, 새는장증후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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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태열기가 조금 있었던 인성이(만 4세)는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면 잠잠했던 아토피가 울긋불긋 다시 올라온다. 돌전부터 이유식 재료도 깐깐하게 선택하고 목욕과 보습에 무엇보다 신경 썼는데, 아토피는 마치 숨바꼭질 하듯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인성 엄마는 오톨도톨 붉은기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지만, 매번 효과는 그 때뿐이다.

그러던 중 인성이 엄마는 ‘새는장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는 낯선 용어를 듣게 되었다. 평소 배앓이도 잦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는 통에 먹는 것도 시원찮았던 인성이었다. 친구 아이는 한약과 유산균제로 장 치료를 했더니 아토피가 한결 나아졌다는 소리도 들었다. 혹시 우리 인성이도 ‘새는장증후군’ 아닐까?

아토피, 증상에만 집중하면 답이 없다
한의학에서는 장과 피부를 하나로 본다. 장이 뿌리라면 피부가 잎사귀이기 때문에 장 건강이 나쁘면 그 증상이 피부로 발현된다. 변비에 걸린 젊은 여성이 피부에 뾰루지나 여드름이 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는장증후군은 아토피피부염이 잘 낫지 않는 원인중 하나로, 소화기관, 그중에서도 장내 이상 문제를 치료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아이누리한의원 광진점 김재윤 원장은 “새는장증후군이란 이름 그대로 새는 장(Leaky Gut)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장의 점막이 손상되면서 외부 혹은 장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독성물질, 소화가 덜 된 음식물(특히 단백질계통) 등이 유입되어 몸의 면역체계가 교란되고 몸 곳곳에 각종 염증과 질병이 발현되는 증후군이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치료하고자 할 때 소화기능 및 장기능 이상의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04년 미국소아과학회지에서 역시 장 투과도 증가와 아토피와의 관련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장에 이상이 생기면 아토피가 온다
장 점막은 몸에 들어오는 나쁜 물질을 차단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장 점막의 차단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 상태에서는 들어오지 말아야 할 물질들이 몸에 침투되어 몸의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각종 가공식품과 정제된 탄수화물의 과잉섭취, 섬유질 섭취의 부족,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 남용 등이 새는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유전적인 원인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는 소장의 융모와 점막세포 등이 아직 미성숙해 새는장증후군에 노출되기 쉽다. 그런데 아이의 ‘새는장증후군’을 제 때 알아보아야 하는 것은 비단 아토피를 유발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 비염, 천식은 물론 잦은 감기, 집중력 저하까지 ‘새는장증후군’이 원인이 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장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70~80%의 면역세포가 존재하는 곳이다. 장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온 몸의 건강이 흔들린다.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어, 식욕부진, 성장발육의 문제도 생기며, 면역력 또한 약해져 잔병치레나 알레르기 질환 등이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 ‘새는장증후군’ 한방 대책은?
아이누리한의원 광진점 김재윤 원장은 “한의학에서 새는장증후군을 치료할 때에는 한약, 침, 뜸, 마사지 등을 이용해 장내 축적된 독소를 배출하고, 손상된 장과 간의 기능을 복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시호, 대황, 석고, 맥문동, 죽엽 등의 약재로 1:1 맞춤 처방되는 한약은 새는장증후군으로 유발되는 자율신경 불균형 회복과 면역기능 이상의 복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질환 치료와 함께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장의 기능을 복구하여 몸의 면역체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아이 증상과 경과에 따라 1개월에서 3개월, 심한 경우 6개월까지 치료한다.

배앓이가 잦고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는 아이라면 특히 먹을거리를 조심한다. 소화기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영유아기에 너무 빠른 이유식(특히 단백질음식)은 새는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이유식 재료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추가하면서 아이의 상태(전반적인 신체 상태, 대변의 냄새, 복부가스 팽만도, 피부상태, 설태 형성 여부 등)를 살펴보면서 그 음식물에 대한 적응도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평소 맵고 짠 음식, 너무 기름진 음식, 과식 등을 멀리하며,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소화능력을 향상시킨다.

‘새는장증후군’의 대표 증상
- 아이가 평소에 복통을 자주 호소한다.
- 변비나 설사가 잦다.
-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잘 찬다.
- 입 냄새가 심하거나 설태가 많다.
- 이유 없이 잘 피곤해 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 잦은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다.
- 잘 먹는데 키가 크지 않거나 마른 편이다.
- 많이 먹지 않는데도 비만이다.
- 아토피, 비염, 천식의 증상을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다.

■ 도움말 : 한의사 김재윤(아이누리한의원 광진점 원장)

조인스닷컴 이승철(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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