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웅진씽크빅] e-북 시대…고성장 예감되는 콘텐트 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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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미국에서는 전자책(e-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06년 2000만 달러였던 전자책 콘텐트 도매시장은 지난해 1억6500만 달러로 8배 이상이 됐다. 전체 도서 판매량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초 11%에서 12월에는 50%로 급증했다.

이렇게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에 독특한 현상이 나타났다. 도서시장의 주도권이 유통업체에서 출판업체로 넘어갔다. 아마존은 최근 전자책 가격 결정권을 자신들이 갖겠다는 출판업체 맥밀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형 유통·판매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출판업체의 입지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유통업체 아마존이 내건 조건이 탐탁지 않다 싶으면 다른 강력한 유통 채널인 애플의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면 된다.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콘텐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전자책 시장에서 유통업자와 콘텐트 보유 업체(출판사)의 지위가 바뀐 것이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과 비슷한 움직임이 한국에서도 일고 있다. 최근 인터파크가 한 출판사와 전자책 판매 계약을 한 게 그 사례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매출의 70%를 출판사에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도 그 출판사의 전자책 콘텐트 사용 독점권을 얻어내지 못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자책 시장의 주도권이 유통업체에서 출판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은 출판사 같은 콘텐트 업체의 수익을 크게 늘려줄 사업 분야다. 무엇보다 도서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이 값이 들지 않는다. 콘텐트를 종이 책의 절반 이하 값으로 팔 수 있다. 당연히 구매자가 늘어난다. 가격을 잘 조절하면 한 권을 팔았을 때 종이 책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종이 값에 더해 인쇄비·운송비 등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트 업체로선 전자책은 매출과 수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인 것이다.

불법 복제 때문에 전자책 시장이 침체될 위험은 있다. 하지만 이는 전용단말기에서만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또 문서보안솔루션(DRM·Digital Rights Management) 기술과 국내 지식재산권 보호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콘텐트를 퍼뜨리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전자책은 출판 업체들에 다시 없는 기회다. 여기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태동은 늦었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지금부터 급팽창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 전자책 시장의 강자가 될 콘텐트 업체는 어딜까. 웅진씽크빅을 꼽는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빼어난 콘텐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단행본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100대 베스트셀러 가운데 10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단행본 매출이 592억원으로 2위 M사(420억원)나 3위 K사(363억원)보다 월등하다.

기존 종이 책 사업 부문도 탄탄하다. 단행본은 물론 전집류도 국내 1위이며, 캐시카우인 학습지 사업까지 갖췄다. 경영합리화를 추진해 지난해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현재 주가(9일 종가 2만3900원)로 따진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가 채 못 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전자책 시대에 웅진씽크빅을 출판업계 톱픽으로 꼽아보는 이유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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