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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감시법안 75건 중 국회 처리 14건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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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재정 건전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18대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모두 75건에 달한다. 법안 수만큼이나 내용도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수립과 집행을 감시하기 위해 국회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은 비슷하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지난 5일 대표 발의한 법안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통합재정수지 전망과 대처계획·목표 등을 포함시키고, 전년도 계획의 평가·분석보고서와 국가채무관리계획·국가보증채무관리보고서 등도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국회 결산심사 때 시정 요구를 받은 사항을 가급적 예산에 반영하고 후속 처리 결과를 국회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전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의 성과 보고서를 예산안에 포함해 제출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문제는 이런 법안 대부분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 75건 중 입법·수정·폐기 등 형태로 처리된 것은 14건이고, 나머지 61건은 여전히 기획재정위에 계류 중이다. 그나마도 지난해 4월 국회 이후에는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진 탓에 재정 건전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4대 강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도 법 개정 논의를 겉돌게 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는 재정위기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한 만큼 2월 국회에서 조기 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데다, 정부도 법 개정에 소극적이어서 전망이 밝지는 않다. 대부분 법안이 정부의 재정 수립과 지출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과 사전·사후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정부가 법 개정에 스스로 나설 것 같지도 않다. 익명을 원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가 먼저 나서 국가재정법을 손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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