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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집이야기] '나홀로 집에' 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한 해가 저물면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그리워진다.

이때 영화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영화 속에서 느끼는 연말분위기나 크리스마스 풍경은 현실에서 느끼기 어려운 부분들을 대신해준다.

크리스마스에 혼자 집에 남겨진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나홀로 집에' 서는 미국 중상류층 주택의 크리스마스 집꾸미기와 동네 풍경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타이머로 작동시켜 어두워질 때쯤이면 저절로 켜지는 지붕둘레와 창둘레, 나무 위 전구장식들은 이맘때쯤의 미국 동네를 동화의 나라처럼 느끼게 한다. 미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위해 일년을 사는가 싶을 정도로 집 안팎을 열심히 꾸민다.

예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기본이고, 옆집과 색다르게 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기도 한다.

집안을 꾸미는 것은 자기 가족을 위한 일이지만, '집 바깥을 장식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나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동네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함께 즐기려는 크리스마스 정신이다.

'나홀로 집에' 에서 혼자 남겨진 케빈이 나무를 잘라다 집에 있던 장식을 꺼내 트리를 꾸미고, 벽난로 주변에 식구들 이름이 쓰인 양말을 모두 걸어두는 장면은 평소에 배운 대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아이의 모습과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실내모습을 보여준다.

또 크리스마스 때 생긴 사고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미국식 장식과 그에 얽힌 관습을 엿보게 된다.

'현관 위에 걸어둔 미즐토우(겨우살이 나무장식)밑에 함께 서는 남녀는 키스를 한다' 는 관습 때문에 주인공 두 사람은 어렴풋하던 사랑을 확실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는 혼자 살면서도 무거운 나무를 어렵게 들어올려 트리를 꾸미는 가난한 주인공의 집과 호화롭고 비싼 가구로 꾸며진 아파트에 살면서도 크리스마스 장식하나 없이 싸늘한 변호사의 집이 대조적으로 묘사된다.

집집마다 현관문에 걸린 푸른 리스, 그리고 색색의 전구와 별.눈꽃.눈사람.크리스마스 트리.천사.산타….

이런 것들은 아이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주변에서 이런 것들을 보기가 어려울 때 영화 속에서라도 마음껏 맛보는 것은 어떨지.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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