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단 인근 아파트 악취·매연 '무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반월공단 인근인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안산 2차 신도시 남쪽 개발지역. 20층 높이의 아파트 10여개동이 완공돼 입주가 시작됐다. 공단 쪽으로도 아파트 40여개동을 신축 중이다. 2002년 말까지 신도시 전체로는 3만5천가구 14만명이 입주한다.

반월공단에서 동쪽으로 1㎞ 지점에 있는 이곳에서는 바람이 심한 5일 오후에도 시화.반월공단에서 내뿜는 매연과 악취가 느껴졌다.

개발지역과 반월공단 사이에는 30~40m 높이의 야산이 일부 가로막고 있지만 20층 높이의 아파트와 공단을 차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신도시 중 시화호와 인접한 곳은 야산조차 없어 열병합발전소와 폐기물처리장, 반월공단 20여개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사장 인부 崔모(39)씨는 "바람이 별로 없는 흐린 날에는 매캐한 냄새 때문에 힘들다" 고 말했다. 안산 환경연합 김인수(30)간사는 "공단 반대편부터 입주가 돼 본격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입주가 끝난 후에는 집단 민원이 발생할 것" 이라며 "안산시내까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고 말했다.

안산시청 환경보호과 최현숙 계장은 "공단 가까운 지역은 악취의 영향이 다소 있을 것으로 본다" 며 "시에서 1백억원의 환경개선 기금을 조성해 오염방지시설 설치 등을 지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악취는 매연과 쓰레기소각로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수자원공사는 최근 시흥시 시화공단 내 잔여 공장용지 13필지에 대한 분양에 나섰다.

내년 말까지 1백20여개의 공장이 추가로 들어선다. 여기에 건교부도 시화공단 남쪽에 시화공단의 80% 규모인 3백60만평의 갯벌을 매립, 제2시화공단을 개발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공장이 더 들어서면 시흥과 안산시의 악취 피해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지금도 9만여명이 거주하는 시흥시 정왕동 아파트 단지와 시화공단 사이는 5백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시화아파트단지 연합회 한대길(45)회장은 "여름철에는 1주일에 두세 차례씩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문을 닫을 수도, 열 수도 없어 곤욕을 치른다" 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안산.시흥지역에서 제기된 악취관련 민원은 무려 1천3백99건에 달한다.

시흥환경감시센터 관계자는 "공장에서 기준치 이내로 오염물질을 배출해도 주거지역이 너무 가깝고 폭 2백m 안팎의 차단녹지도 곳곳에 도로가 뚫려 있는 데다 대부분 키가 1m 남짓한 소나무여서 제 구실을 못한다" 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경인지방환경청.경기도.안산시.시흥시.민간환경감시단 등 75명으로 '시화.반월지역 대기 특별대책반' 을 구성, 5일 현판식을 하고 오염배출업소에 대한 집중적인 지도.단속과 기술지원 등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안산=강찬수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