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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승리 기정사실" "아직 희망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제 끝이 다가온 것 같다. 우리는 시간과 법이라는 두 거인을 동시에 상대할 힘이 없다."

미 연방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 효력을 인정한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을 파기하고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이 기표가 부정확해 무효처리된 표들을 재검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 4일 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이렇게 탄식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불과 두 시간 만에 불리한 법원 결정을 잇따라 접한 미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날까지도 열심히 언론에 입장을 설명하던 고어 후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고어 측근들조차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고어측의 기본입장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다. 선거본부측은 "중도 포기는 없다. 실낱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희망이 있다" 고 강조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소송비용 추가 모금을 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연방대법원 결정이 발표되자 고어 선거본부는 "나쁜 뉴스도, 좋은 뉴스도 아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단지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불과하다" 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소송을 담당해온 변호사들도 "수작업 재검표 효력 인정 문제가 연방대법원에서 주 대법원으로 옮겨온 것일 따름" 이라고 주장했다.

순회법원 결정에 대해서도 고어측은 "주 대법원에서 반드시 결정을 뒤집겠다" 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주 항소법원에 대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달라고 요청했다.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는 "순회법원 판사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검토해보지도 않고 결정했다" 며 억울해했다.

반면 부시 후보측은 "승리를 굳혔다" 며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머물고 있는 부시는 "연방대법원 결정에 만족한다. 사법부가 틀림없이 공정한 선거결과가 나오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 안심해도 된다" 고 말했다.

부시측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도 "우리가 볼 때 대법원 결정은 분명한 승리" 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이날 의회에서 행정부가 5백30만달러의 정권인수 자금을 즉각 부시측에 건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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