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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발한 조기경보기, 반경 400km 실시간 감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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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미국과 중국이 연초부터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당장은 판을 깨는 극한 상황으로 가지는 않는다 해도 지구촌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2개국(G2)의 거칠어지는 신경전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묵살한 채 대만에 첨단 무기 판매를 강행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안보 강화를 내세우며 국방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군 현대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초 우주 공간에서 실시된 미사일 요격 시험을 통해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시험은 중국의 종합 군사력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임을 확인시켰다.

“미국 조기경보기 기술 앞섰다” 주장

미 국방부는 1월 29일(현지시간) 대만에 64억 달러(약 7조3600억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할 계획임을 의회에 통보했다. 신형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 114기, UH-60M 블랙호크 헬기 60대, 오스프리급 소해정 2척, 지상·함상 발사가 가능한 첨단 하푼 미사일 12기, 다기능정보유통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 판매되는 무기는 2001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대만에 팔기로 약속했던 110억 달러 상당의 무기 중 일부다. 중국은 미국의 정권 교체 상황을 감안해 오바마 정부에 무기 판매를 하지 말도록 촉구해왔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이런 요구를 일축하고 당초 일정에 따라 의회에 무기 판매 리스트를 통보했다. 의회가 30일 이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무기 판매 계획은 그대로 집행된다. 대만이 구매하기를 강력히 희망해온 F-16 전투기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만은 환영하고 나섰다.

우쓰쭈(吳思祖)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대만이 필요로 하는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앞으로도 계속 판매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잉주(馬英九) 총통도 전날 중·미(中美)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기내에서 “미국이 팔기로 한 무기들은 대다수가 방어적 성격으로 대만 방위에 필수적”이라며 “대만이 더 안정감과 자신감을 갖고 중국과 더 많은 교류를 진행하도록 해 양안 관계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기 판매에 이어 미 국방부는 1일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첫 번째 안보전략 지침서인 2010년판 ‘4개년 국방검토(QDR)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을 다시 자극했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4년 전인 2006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위협론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또 “중국이 대규모 공격에 앞서 미군의 사전 감시 능력을 선제 타격하거나 제압할 가능성에 유의한다”며 “점증하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한 방어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발표된 탄도미사일방어 전략검토(BMDR) 보고서에서도 중국의 첨단 무기 개발이 대만해협에서 중국 우위의 안보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해 중국은 전례 없이 높은 강도로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양제츠(楊潔<7BEA>)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 “중국의 안보뿐 아니라 대만과의 평화통일 노력에 해를 끼치는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 국방부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 발표에 맞춰 ▶미국과의 군사 교류 중단 ▶안보·군축·비핵화를 다루는 차관급 대화 연기 ▶무기 판매에 관여한 미국 기업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은 같은 날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이번 사건으로 양국이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무기 개발에 국방비 지출 늘려

중국의 공세는 총체적이다. 외교부·국방부·대만사무판공실뿐 아니라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 나서서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동시에 발표했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달 30일 저녁 뉴스 보도 시간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반미 여론몰이에 나섰다. 중화민족주의에 자극받은 한 네티즌은 “중국도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무기를 팔아 미국에 쓴맛을 보여주자”며 흥분했다.

중국의 반발 강도는 조지 W 부시 정부 말기였던 2008년 10월의 무기 판매 논란 때보다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당시 중국은 8개월간 군사 교류를 중단했었다.
중국이 반발하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1979년 1월 양국 수교 관련 ‘3대 공동성명’과 ‘8·17 성명’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82년 8월 17일 체결된 ‘8·17 성명’에서 미국은 ▶장기적으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고 ▶판매 무기의 성능과 수량이 수교 무렵의 수준을 넘지 않고 ▶무기 판매를 줄여나가겠다고 합의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이 이 부분을 위반했다고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중국이 다음 수순으로 어떤 대응 카드를 뽑을 것이냐다.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1일 중국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뤄위안(羅援) 부부장(현역 소장)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무기 판매는 중국의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뤄 부부장은 “미국의 무기 판매는 중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뿐 아니라 무기 개발·구입, 국방 현대화에 (역설적으로) 정당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국방예산은 전년도 대비 14.9% 증가해 4806억 위안(약 704억 달러)이었으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1.4%)이 4%를 웃도는 미국에 비해 턱없이 작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도 “2010년 국방예산을 두 자릿수 이상 증액해 첨단 무기를 더 많이 시험하고 국방 현대화를 가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말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인민해방군의 무기 획득 체계를 전면 개혁하되 1600억 위안(전체 국방예산의 33%)을 무기 구매에 지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사일방어(MD) 체제는 공중 관측과 조기경보능력·미사일 성능·요격기술·구축함 등 육상·해상·항공 군사 기술이 총체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이 때문에 그동안 미국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MD를 구축한 나라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달 11일 우주 공간에서 2단계 미사일 요격 시험에 사상 처음 성공한 것은 충격적 사건이었다.
베이징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이 우주 공간에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것은 중국식 위성시스템과 조기경보기(AWACS)를 통한 미사일 발사 관측, 궤도 추적, 육상·해상의 요격 미사일 성능 등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7년 1월에도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지상 859㎞ 상공의 낡은 기상위성을 파괴해 이미 위성요격무기(ASAT)를 확보했다.

탄도미사일 공격 받으면 국경 밖에서 파괴

지난달 중국이 요격 시험 당일 이를 즉각 공개하자 미 의회는 이틀 뒤 국방청문회를 소집했다. 당시 미 태평양사령관은 “공세적이고 불투명한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었다.

중국이 구축 중인 MD 체계를 분석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중국의 국방 기술과 무기 체계가 선진화됐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중국의 MD는 핵무기를 관장하는 제2 포병부대가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자체 기술로 제작한 조기경보기인 ‘쿵징(空警)-2000’을 실전 배치했다. 지난해 건국기념일(10월 1일) 천안문 광장 상공의 공중 비행을 통해 그 면모를 만천하에 공개됐다. 쿵징-2000 개발을 주도해 ‘중국 조기경보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왕샤오모(王小模·72) 중국공정원 원사는 “쿵징-2000은 조기경보기 가운데 가장 큰 안테나를 장착하고 있고 성능 면에서 미국의 E-767을 앞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5000~1만m 상공에서 반경 400㎞ 이내의 목표물 수십 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어 중국 동북부는 물론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기술도 크게 발전했다. 중국은 통신·과학·기상 위성을 보유한 위성 대국이다. 중국은 2000년 베이더우(北斗) 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옛 소련의 글로나스(GLONASS) 시스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위성위치탐측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됐다. 중국은 4척의 원양관측선과 6개의 육상관측기지, 3개의 이동관측기지도 갖고 있다.

베이더우 위성의 총설계사인 쑨자둥(孫家棟) 중국과학원 원사는 “베이더우의 관측 능력은 지상 10m 범위까지 가능해 미국의 GPS에 필적할 만하다”며 “베이더우가 2020년에는 전 세계를 커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도미사일의 비행 구간에 따라 ▶발사 직후~대기권 진입 단계 ▶대기권 밖 우주 공간 비행 단계 ▶대기권 재진입~착륙 단계 등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요격 기술 중에서 중국은 이번에 2단계 시험에 성공했다. 중국의 3단계 요격 미사일은 사정거리 120㎞인 ‘훙치(紅旗)-9호’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지스함과 유사한 052급 미사일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어 해상 요격 능력도 보유한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미국 대륙까지 날아가는 사정거리 1만1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잠수함에서 발사돼 사거리가 8000㎞인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인 쥐랑(巨浪) 2호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미사일 공격 능력은 미국·러시아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방어 전략을 강조해온 중국은 국방 현대화를 거치면서 군사력의 범위를 수동적 방위에서 능동적 방위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 분석은 중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능동적 방위란 적의 목표물이 영해를 침범하기 전 국경 밖에서 요격하거나 사전에 파괴하는 개념이다.

쉬치량(許其亮) 중국 공군사령관은 지난해 “오직 힘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고 우주 공간을 장악하는 나라가 군사적 지배권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을 압축하는 말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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